한국 신생 물류사 日 해운시장 뚫었다

입력 2023-06-07 17:57   수정 2023-06-15 16:42

설립된 지 7년밖에 안 된 신생 물류업체가 일본 해운업계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장기 운송계약을 따냈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 물류업체 글로넷은 홋카이도 이시카리와 이바라키현 가미스에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두 곳에 2037년까지 바이오매스 연료를 연간 20만t씩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최대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본 해운업계가 한국 업체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해상 물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은 외국 해운사 진입이 까다로운 시장으로 통한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야자나무 껍질(PKS)과 목재를 가공한 우드펠릿을 원료로 하는 발전 방식이다.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이 ‘제로(0)’여서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비용이 저렴하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비해 효율이 높아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주요국은 올해 신재생에너지의 20%를 바이오매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3.7%인 바이오매스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4.6%로 높일 방침이다. 100기의 바이오매스 발전 인가를 내줬고, 연말까지 30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바이오매스 원료는 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동남아시아에서 원료를 싼값에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글로넷이 까다로운 일본 해운업계에서 장기 계약을 따낸 것은 해외 운송 관행의 틈새를 파고든 덕분이다. 일본 해운사들은 선박 조달부터 운항·운송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일관 체제를 고수한다.

바이오매스 연료 운송도 자사 선박을 일본에서 동남아로 보내 연료를 실어 오는 ‘왕복 운항’을 고집한다. 일본에서 빈 배로 동남아까지 가는 데만 14일이 걸린다. 그만큼 비용도 높아진다.

글로넷은 ‘해운 플랫폼 전략’을 도입해 왕복 운항을 사실상 편도 운항으로 바꿨다. 싱가포르 주변에 거점을 둔 선박 80여 척을 확보해 동남아에서 바로 연료를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운송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일본 해운사보다 20% 이상 싼값에 일본 고객이 원하는 크기의 선박을 언제든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글로넷이 일본 지형과 바이오매스 연료 운송에 적합한 중소형 벌크선을 사전에 확보해 둔 것도 대형 선박 중심의 일본 해운사를 경쟁 입찰에서 누른 힘이었다. 장기 계약 리스크를 지기 꺼리는 일본 경쟁사들의 보수성도 글로넷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글로넷은 2016년 설립된 종합 물류회사다. 신생 업체지만 임직원의 35%가 물류업계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김정철 글로넷 대표(사진)는 삼성물산에서 이토추상사 등을 담당한 일본 전문가다. 항해사 출신인 박경진 상무는 해운업계 근무 경력이 30년을 넘는다. 이런 경험으로 축적한 10년 치 이상의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운 덕에 보수적인 일본 해운업계를 뚫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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