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감독 사각지대…"새마을금고, 정말 믿어도 되나요?" [새마을금고 대해부③]

입력 2023-06-20 08:31   수정 2023-06-20 19:15

이 기사는 06월 20일 08: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 부실이 심화되면 '예금자 보호'를 걱정해야 한다. 지역 금고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1996년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되면서 새마을금고도 가입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역 금고의 예금자를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다른 어떤 금융기관보다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깜깜이'다. 금융기관 가운데 나홀로 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

새마을금고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은 이유는 4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1983년 새마을금고법 입법 과정에서 내무부와 재무부가 주무부처 지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 내무부로 일원화됐다. 현재의 행정안전부다. 당시 신용사업 부분만은 재무부 산하로 두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새마을금고 부실이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번 정부 들어 검찰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새마을금고 정상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이 직접 챙긴다고 한다. 감독기관을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금융위원회에서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역금고 413곳 유동성 비율 100% 미만

행안부는 금융 전문 부처가 아니다보니 새마을금고 건전성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전성 우려가 높아지자 행안부는 감독기준을 개정해 내년 12월부터 지역 금고의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2월 말 기준 유동성 비율이 100%를 채우지 못한 곳은 총 413곳에 달한다. 전국 1294곳 금고의 3분의 1은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새마을금고 측은 "전국 금고의 2월 말 유동성 평균은 108.4%로 유동성 위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선 1월 말 평균치로 93.66%를 제시했었다. 한 달 새 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지역 금고가 파산해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중앙회가 기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3858억원이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251조4209억원)의 1%에도 못 미친다.

새마을금고는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이라 하더라도 13조1103억원의 상환준비금 등 포함되지 않은 여유자금이 충분해 예적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금이 부족할 경우 새마을금고법 제72조에 따라 국가로부터 차입도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불안 심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구 새마을금고에서 집단대출 부실이 터지기도 했다. 중견 건설사가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하면서 중도금을 대출한 지역 새마을금고가 동반 부실 우려에 휩싸인 것이다.

중앙회는 대주단으로 참여한 12개 지역금고에 대출잔액의 최소 55%를 충당금으로 쌓으라 요구했다. 하지만 지역 금고들이 "못 쌓겠다"고 나오면서 예금자들의 불안도 커지기 시작했다. 예금주들의 문의가 빗발치며 뱅크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나왔다. 실제 미분양 사례가 급증하면서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2019년 2.49%에서 지난 1월 9.23%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나서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고 진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융위는 과거 2011년 전국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진 '뱅크런 사태' 경험이 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겪던 와중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간부회의에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불안 심리를 증폭시켰다. 일주일 새 1조2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가 커지자 관리 감독기관도 아닌 금융위가 사전 차단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자료 제출 의무도 없는 새마을금고
상호금융권 중에서도 유일한 금융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게 새마을금고다. 다른 상호금융사들은 감독당국으로부터 감시를 받는다.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등은 신용협동조합법의 특례조항(제95조)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농협과 수협은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포괄 감독하지만 조합의 신용사업에 있어선 금융위가 감독·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의 감독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 업무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행안부는 금고와 중앙회를 포괄 감독하고, 신용공제 사업에 한해 금융위와 협의해 감독한다. 행안부 요청이 오지 않는 한 감독당국은 들여다보기 어렵다. 요청이 오더라도 검사지원은 가능하지만 단독검사나 행안부 위탁검사는 할 수 없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감원이 4월 "각 중앙회와 조합의 임직원 및 감사 책임자들에게 업권별 내부통제 개선방안이 철저히 준수되고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게 최선이었다.

감독 권한이 분리돼있다 보니 다른 상호금융보다 자료 확보도 어렵다.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비은행 금융기관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를 확인하고 연체율을 분석하는데 새마을금고만이 쏙 빠져있다. 행안부 소관이다 보니 데이터 통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은이 수시로 들여다볼 수 없다면 유사시 유동성을 공급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

유사한 기능의 상호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규제 기관이 서로 다르면 동일한 규제 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는 설립·건전성·업무범위·영업행위 규제에 있어서 다른 규제가 적용되고 있고 이에 따른 상당한 규제 차익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마을금고 감독 기관을 정상화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불거졌지만 금융위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가져온다는 건 과거에는 일종의 '권력이 커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폭탄 처리반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국감에서 곤란한 일을 많이 당할 것이라는 현실을 걱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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