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영혼 없이' 일하면…임원 보너스 깎는 日기업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3-06-08 15:25   수정 2023-06-08 15:30



직원의 '의욕'에 비례해 경영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수익성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던 시대가 바뀌면서 일본 기업들도 인적 자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자 대기업 히타치제작소와 정유사 이데미쓰코산, 파나소닉홀딩스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파나소닉오토모티브시스템스(PAS) 등이 올해부터 임원의 주식보수 지급액을 직원의 의욕과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히타치제작소는 2024년까지인 중기 경영계획의 목표 달성률에 따라 임원의 주식보수를 10%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달성 목표 가운데 하나가 직원의 의욕이다. 일에 대한 의욕과 충실감 등 4개 항목에 대해 직원들의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68% 이상이면 주식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한다.

이데미쓰코산은 임원의 실적 연동형 주식 보너스 가운데 20%를 직원의 의욕으로 결정한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정식 제도로 도입한다.

PAS는 전 직원 6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조사를 벌여 근로의욕이 높아지면 담당 임원의 보너스를 올리고, 변화가 없거나 떨어지면 보너스를 깎는다. 10개 항목으로 모든 직원의 근로의욕을 5단계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100만엔 이상 성과급 액수가 달라진다.

기업이 직원의 의욕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는 것은 생산성 향상 및 투자가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재 컨설팅 기업인 링크앤모티베이션이 2017~2018년 일본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직원의 의욕은 이듬해 매출 및 이익 증가율과 비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로 직원의 의욕을 주목해 왔다. 컨설팅 회사 와이리스타워즈왓슨(WTW)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증시를 구성하는 기업 330곳 가운데 30%, 미국 S&P500지수 구성 기업의 20%가 임원보수를 직원의 의욕과 연동시키고 있다. 반면 일본 기업 1100곳 가운데 의욕을 임원 보수의 결정 요인으로 삼는 기업은 20곳에 불과했다.

인적 자본 투자에 인색하다보니 일본의 근로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의욕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 회사 갤럽의 2022년 조사에서 일에 의욕을 느끼는 일본 근로자 비율은 5%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세계 평균은 21%였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이 심각해지는 일본에서 직원의 의욕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대규모 이직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발표한 인적 자본정보 공시 항목에 의욕을 포함시키는 등 기업에 인적 자본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

미야카와 마사야스 WTW 디렉터는 "공시규정이 정비되고 인적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의욕과 임원 보수를 연동시키는 일본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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