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좋은데 가격이…" 51년 만에 돌아온 '일본의 그랜저' [신차털기]

입력 2023-06-11 00:00   수정 2023-06-11 07:48



51년 만에 한국 시장에 다시 출시되는 도요타 '크라운'을 타봤다. 크라운은 1955년 도요타 최초의 양산차로 출시돼 69년의 긴 역사를 지닌 모델이다. 역사와 상징성 때문에 국내 차 중에선 현대차 그랜저와 자주 비교된다.


이번에 출시된 크라운은 무려 16세대 모델이다. 크로스오버, 세단, 스포츠, 에스테이트(왜건) 등 4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국내에선 세단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타입을 먼저 선보였다. 국내 출시한 크로스오버 타입 크라운의 파워트레인은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와 2.5L 하이브리드 모델 두 가지다.


시승은 지난 7일 강원 정선 일대 약 15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절반은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을, 나머지 절반은 2.5L 하이브리드 모델을 각각 경험해봤다. 세단인 신형 그랜저와 직접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두 차량의 차이와 강점을 느껴보면서 주행해봤다.


크라운의 외관은 전면부와 후면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크로스오버 형태다. 전면부는 망치 머리를 형상화한 '해머 헤드'램프가 날카롭고 길게 뻗은 형태의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후면부 수평형 LED 리어 램프는 예전 모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80mm, 전폭 1840mm, 휠베이스 2850mm로 현대차 신형 그랜저(전장 5035mm, 전폭 1880mm, 휠베이스 2895mm)와 비슷하다. 다만 크로스오버 타입인 크라운의 전고(1580mm)가 그랜저(1460mm)보다 120mm 더 높다.


먼저 타본 차량은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시승 전 "고급스러운 출발 느낌을 느껴보라"던 도요타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고속도로에 진입 후 페달을 더 깊게 밟았다. 빠르게 달린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지만 속력은 이미 제한속도(100km/h)에 다다랐다.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힘은 강력했다. 크라운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2.4L 가솔린 터보 엔진과 모터가 탑재돼 최고 출력 348마력을 발휘한다. 도요타 관계자는 "기존 니켈 메탈 배터리를 바이폴라 니켈 배터리로 변경하면서 부품 수를 줄이고 내부 저항이 감소해 고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고속주행에서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들리긴 했지만, 에어컨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로 정숙성은 만족스러웠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약간의 꿀렁거림이 있었다. 신형 그랜저의 단단함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도로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가변 서스펜션이 적용돼 충격을 줄여준다는데 둔탁한 느낌 대신 푹신함이 느껴졌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신형 그랜저의 충격 흡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신형 그랜저가 차체의 꿀렁거림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라면, 크라운의 충격 흡수는 약간의 꿀렁거림은 있지만 부드러운 주행감을 유지해주도록 세팅됐다.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엔 주행환경에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알아서 조절하는 사륜구동(E-Four advanced)이 적용돼 일반 사륜구동 대비 후륜 구동력을 지속할 수 있다. 주행 상황에 맞게 전·후륜 구동력을 100대 0에서 전륜 20대 후륜 80%로 제어해 안정적 직진 주행성과 코너링, 가속감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고속으로 코너링 구간을 돌 때도 밀림 없이 매끈하게 빠져나갔다. 차량 주행 모드를 에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변경해가며 주행해봤다. 모드별 차이가 크게 체감되진 않았지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의 민첩한 주행감은 최근 고출력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을 높이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능을 활성화하고 고속도로 직선 구간을 달렸다. 차체는 왼쪽 차선으로 점점 붙어가더니 차선을 넘어갈 듯한 상황이 반복됐다. 코너 구간 차선이 꺾이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직선으로 주행해 직접 핸들을 돌리기도 했다. 이때 경고음은 울리지 않았다.


실내 공간은 그랜저가 더 넓다. 크라운 2열 좌석에 앉으면 앞부분 여유 공간이 좁다. 그랜저는 2열 탑승객을 위한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한다. 다만 머리 윗 공간(헤드룸)은 120mm의 차이지만 크라운 차체가 높아 더 여유로웠다.


크라운의 트렁크는 수동 방식이다. 버튼을 누르고 직접 트렁크를 열어 올려야 한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로 직접 닫아줘야 한다. 최근 5000만~6000만원대 차량 대부분에서 전동식 트렁크를 적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약 76km 구간을 주행한 뒤 2.5L 하이브리드 모델로 바꿔 타봤다. 외관상 차이는 거의 없지만 주행 성능에서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웅'하는 소리는 터보엔진 차량 엔진음처럼 들렸다. 디젤 엔진 소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2.5L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2.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전자식 무단 변속기(e-CVT)가 탑재됐다. 시스템 총출력은 239마력이다. 가속력은 아쉬웠지만 2.5L 하이브리드 모델의 강점은 연비다. 복합 연비 17.2km/L로 높은 연료 효율성을 보인다.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11.0km/L이지만 치고 나가는 힘, 가속력을 중시한다면 2.5L 하이브리드 모델보단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내에 100대만 판매될 예정이다.


크라운의 가격은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6480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 2.5L 하이브리드 5670만원으로 신형 그랜저보다 높게 책정됐다. 연비는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16.7~18km/L로 2.5L 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세단의 승차감을 포기할 수 없지만 날렵한 외관에 SUV만큼의 넓은 실내 공간과 활용성을 중시한다면 고려할 만하다.

정선=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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