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 40시간 일하면 월 1회 휴무"…회사가 먼저 제안

입력 2023-06-12 18:35   수정 2023-06-13 01:19

삼성전자를 브랜드 가치 세계 5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은 뭘까. 총수의 대규모 투자 결단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내부에서 꼽는 첫 번째는 ‘인재 제일’ 경영철학과 이를 뒷받침한 합리적인 인사·근무 제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자율출퇴근제’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최고의 인재를 유치했고 직원들의 생산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월 1회 금요 휴무제’도 시대의 트렌드인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보장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유연근무는 글로벌 트렌드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3년 전부터 한 달에 한 주만 주 4일 근무를 허용하는 ‘부분적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검토했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연한 근무제 도입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 즈음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일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스타트업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빨아들인 것도 검토에 들어간 배경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제 확산으로 ‘어디서 얼마나 일하든 성과만 내면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도 감안했다.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삼성전자가 경쟁사로 여기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주 3일 출근·2일 재택’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이들 기업은 암묵적으로 ‘주 5일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근무 일수나 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개인별 성과를 중심으로 직원들을 평가한다.

임직원 중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증가하는 것도 부분적인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결정하게 된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MZ세대 비율은 약 4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내게시판 등을 통해 꾸준히 “주 4일제 같은 자율적인 근무제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부터 2주간 80시간 이상 일한 직원이 매달 셋째주 금요일 연차를 쓰지 않고 쉴 수 있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삼성전자를 자극했다. 경쟁사로의 인재 유출을 우려한 것이다.
워라밸 보장…일할 맛 나는 회사로
삼성전자는 올 들어 근무제 개편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지난 3~5월 진행된 임금 교섭 기간 중 ‘월 1회 금요 휴무제’를 먼저 제안했다. 월급날인 21일이 낀 주의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하는 것이다.

월 필수 근무시간(평일 일수×8시간)을 채울 수 있어야 금요일 휴무 신청이 가능하다.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의 ‘4조 3교대’ 직원 등 필수 인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삼성전자가 부분적인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업무 효율성 증대다. 근무 자율성을 확대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게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MZ세대가 원하는 워라밸을 보장해 삼성전자를 ‘일할 맛 나는 기업’으로 더욱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직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행 초기부터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패밀리데이’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서장부터 ‘솔선수범’해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성에 대한 책임도 필요”
삼성전자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근면함’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의 조직문화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산업에선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과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사업에선 경쟁자 애플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확장현실(XR) 기기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윤석열 정부도 직원 동의를 전제로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를 포함했다.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 52시간으로 대표되는 근무시간 제한 때문에 한국 반도체산업의 R&D 역량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자율성을 높여주는 만큼 직원 개인에게 성과에 대한 책임도 크게 지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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