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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감사, 홍원식 회장 '170억 퇴직금' 제동 걸었다

입력 2023-06-14 09:36   수정 2023-06-19 10:59

이 기사는 06월 14일 09: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남양유업 감사가 홍원식 회장의 보수와 퇴직금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던 이사의 보수한도 결의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혹시 모를 퇴직에 대비해 보수 산정 기준을 다시 결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올해 보수가 작년과 같다면 홍 회장은 170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받아가게 된다. 한앤컴퍼니와 경영권 분쟁 중인 홍 회장은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 시 이르면 7월 회사에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심혜섭 감사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사 보수한도 결의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감사는 상법 제376조 제1항에 따라 결의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다 판단되면 결의의 날로부터 2개월 내에 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심혜섭 감사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몸을 담았던 변호사다.

이 결의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제6호 의안으로 통과됐던 건이다. 당시 이사 보수한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50억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받게 될 보수의 근거가 된다. 사내이사인 홍원식 회장과 그의 아들 홍진석 상무(경영혁신추진단장)를 비롯해 8인의 임원이 받아갈 수 있는 최대 한도다.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와의 경영권 분쟁 결과가 이르면 내달 난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홍 회장이 대법원 판결에서 1·2심처럼 패소 시엔 한앤컴퍼니에게 보유 주식을 모두 양도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퇴직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임원 퇴직금은 남양유업의 경우 각 직급에 따른 기간별 퇴직금을 합산해 지급된다. 각각의 퇴직금은 '월급여 X 재직기간 X 퇴직금 지급배수(지급율)'로 계산한다. 홍 회장은 1977년부터 2003년까지 부사장으로 근무했고 2004년부터는 19년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홍 회장의 회장직 퇴직금 지급율은 7배다. 2003년까지 6배수였지만 회장직에 오른 2004년엔 주총 결의로 상향시켰다. 국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배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 임원의 퇴직금 지급율은 평균 3배수다. 남양유업 다른 임원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사장·부사장·전무·상무·감사의 지급율은 모두 2배수다.

당장 퇴직금 지급율에 손을 대긴 어렵다는 점에서 보수 한도부터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홍 회장의 올해 보수는 작년과 동일한 16억1900만원에 결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에 따른 홍 회장의 퇴직금은 17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남양유업 보유 현금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남양유업은 1분기 별도 기준 181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심 감사가 승소할 경우 주총에서 홍 회장의 의결권을 제외한 일반주주들만의 결의로 이사 보수한도를 다시 정해야 한다. 지난 주총 당시 홍 회장의 찬성표를 제외하면 이사 보수한도 결정의 건은 찬성 약 6만4000여표, 반대 약 9만여표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은 상법상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배제 조항(제368조 제3항)에 근거한다. 총회의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데, 주주인 이사의 보수한도 결정 역시 이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과거 다수 하급심 판결에서 "자신의 보수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사의 보수 한도 안건에 대해서 해당 이사는 특별한 이해관계에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 상장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사인 대주주가 표를 행사해 오던 이사 보수한도 결정의 건에 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심혜섭 감사가 승소 시 다른 상장사들의 이사 보수한도 결정 관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새로운 주주행동주의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해당 정기주총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입회해 총회 전반을 감독하는 등 상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주들의 의사에 의해 결의된 사항"이라며 "이사 보수 한도 결의는 특정 임원에 대한 지급액이 아닌 이사 전체 한도를 정하는 건이며 일반 상장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매년 동일하게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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