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는 한국에서 약 2시간30분 걸리는 일본 출장마저 제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 역시 해외 출장 최소화 방침을 적용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소 전체 직원의 10~20%가량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업무를 봤다”며 “최근 두 달간은 출장 사례가 ‘제로’ 수준에 가깝다”고 전했다.
네이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이대로는 힘들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신기술 투자와 사업 확장 공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설명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호밍’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1위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4.5%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16.4%)보다 1.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네이버의 분기 영업이익률은 2021년 3분기(20.3%) 이후 여섯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네이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먼저 ‘한 방’을 날렸다. 구글은 지난달 AI 챗봇 ‘바드’를 출시한 데 이어 AI 챗봇을 결합한 새 검색엔진을 구축 중이다. 국내에서 만년 4위였던 MS의 검색엔진 ‘빙’도 오픈AI의 ‘챗GPT’를 쓸 수 있게 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불요불급한 비용은 통제하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 특성상 선제적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초거대 AI 사업이 이 회사의 중점 투자 분야로 꼽힌다. 네이버는 다음달 챗GPT 대항마로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이 AI는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가 챗GPT를 넘어서는 2040억 개에 달한다. 이 기술을 고도화해 수익 사업으로 만드는 게 네이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비상 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IT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까지 비용 효율화에 나서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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