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중국의 늑대외교, 강·온 양면전략으로 맞서야

입력 2023-06-13 17:57   수정 2023-06-14 00:12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늑대전사’들이 거친 독설을 퍼부으며 여러 나라에서 외교적 해프닝을 벌였다. 원래 외교사절의 본분은 주재국과 본국 사이에 틈이 벌어질 때 이를 메꾸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늑대외교의 첨병인 중국대사들은 마치 위압적 언행으로 주재국의 기를 꺾는 것이 붉은 중국을 위한 길이라고 오산하는 것 같다.

지난주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과격한 발언을 해 한·중 관계를 경직시키고 있다. 요즘 중국 외교가 왜 이렇게 거칠게 나갈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싱 대사의 독설에 담긴 외교적 함축을 정확히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중 관계에서 중국의 잘못은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 이런 착각은 앨러스테어 존스턴 하버드대 교수가 지적하는 ‘중국 예외주의(Chinese Exceptionalism)’에 기인한다. 중국인은 원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평화를 사랑하는 ‘절대선’ 중국과 끊임없이 중국을 괴롭히는 외세, ‘절대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본다. 그러니 국제관계가 꼬이면 당연히 ‘상대 탓’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대응은 엄중 항의를 넘어 더욱 근본적으로 한·중 관계 역사 바로잡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날 한·미·일 안보공조체제의 근원을 캐면 70여 년 전 중국군이 불법으로 대한민국을 침략한 잘못에도 있다. 인해전술로 37도선까지 밀고 내려왔을 때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지도에서 사라질 뻔했다. 이런 역사적 진실을 늑대전사들이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에 베팅하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란 발언이다. 그냥 넘길 돌발적 독설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늑대외교의 행태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베이징이 상대국에 거친 발언의 수위를 높이다가 다음 단계에서 현지 중국대사가 경고성 발언을 한다. 그리고 보복하는 것이다. 이런 전형적인 예가 중국과 호주의 무역전쟁이다. 스콧 모리슨 전 총리의 코로나 진원국 발언에 베이징이 발끈하고 난 뒤 중국대사가 “중국에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면 소고기, 와인 등에 대해 무역보복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 경고성 발언 이후 진짜 이들 품목에 대해 무역보복을 했다.

그런데 중국은 호주에 대한 무역보복에서 몇 가지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 호주 와인, 소고기같이 아무리 상대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후려쳐도 그 보복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주산 석탄을 금수했다가 석탄 부족으로 전력대란을 겪은 것처럼 섣부른 경제 제재는 자국 경제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 보복은 미·중 패권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다. 그래서 미국이 제3자로 방관했다. 하지만 신냉전체제에서 미들 파워인 ‘코리아’의 지정학적 가치는 크다. 이런 와중에 베이징이 우리를 잘못 건드리면 중국과 한·미·일 공조 체제 사이의 경제적 대결 구도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런 면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면 중국은 우리 기업의 공급망에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핵심소재, 희토류 등을 정밀타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늑대외교에 우리는 감정 대립이 아니라 차분한 강경·온건의 양면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우선 우리 산업별 공급망을 미리 분석해 대중 의존도가 과도한 산업은 다변화해 만약에 있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섣불리 보복하면 당차게 맞받아치겠다’는 강력한 대응 보복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우리에게 K반도체의 보복 위력이라는 선물을 줬다. 만약 반도체에서 치킨게임을 하면 K반도체의 피해도 크지만, 반도체 덫에 걸린 중국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두 나라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서로가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여기에 베이징과 우리가 인식을 같이하고 꼬인 한·중 관계를 풀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한·중 관계 역사를 바로 인식하고 과거 도광양회의 ‘통 큰 외교’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도 높아진 K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수소차 등에서 중국과의 호혜적 산업 협력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중이 소모적 대결보다는 대화와 협력이라는 상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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