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를 향해 연일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 국면이고 민생 경제는 위기에 빠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금리 피해 지원(12조원), 에너지 부담 경감(11조원), 주거 안정(7조원), 미래 성장 및 경기 대응(5조원) 등 총 35조원 규모다. 결국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로 늘어난 이자 부담과 전기료 부담 등을 국가 재정으로 덜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추경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 대표는 급기야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했다. 김경만 민주당 원내부대표도 지난 15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추경을 통해 가계의 구매력을 회복시키고 소비를 늘려 세수를 확보하는 경제 선순환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주장대로 추경을 해야 세수가 늘고, 재정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경제 전문가들은 “추경을 해야 재정 건전성이 좋아진다”는 민주당 주장은 허구라고 입을 모은다. 전 국민을 경제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가 실패로 끝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논리와 빼닮아서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및 이전소득(현금 복지) 증대→가처분소득 증가→소비 진작→경제 성장 선순환’이 핵심 논리 구조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집권 기간 나랏빚(국가채무)을 400조원이나 늘렸고, 최저임금은 41.6% 과속 인상했다. 하지만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고 사실상 폐기 처분되다시피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성문이 나왔다. 단순히 현금을 뿌리는 건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고 빚만 늘어난다는 걸 지난 정부 때 경험했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 논리와 판박이인 ‘재정 건전성에 도움 되는 추경’ 주장을 펴는 건 ‘소주성 2탄’을 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염명배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없는 것 같다”며 “추경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돈을 뿌리자는 선심성 정치 선동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세수 부족도 안중에 없다. 올해 1~4월 국세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덜 걷혔다. 추경을 하려면 국채를 더 찍어야 한다. 최인 서강대 교수는 “추경을 하면 빚을 내야 하는데 재정 건전성이 좋아진다니 말문이 막힌다”며 “국민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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