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맛집' 대치동 학원…尹 엄포에도 투자자 줄 섰다

입력 2023-06-20 10:35   수정 2023-06-21 09:13

이 기사는 06월 20일 10: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자사 입장 뿐 아니라 고등학생 딸이 있는 아버지 입장에서 봐도 투자유치에 전혀 영향이 없을 거라 봅니다. 수능에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해서 보험이라도 들어놓자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불안감이 사라질까요?"(한 PEF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문제를 사교육 팽창의 핵심으로 지목하며 메스를 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돈이 몰리는 자본시장은 '무풍지대'다. 이른바 '킬러 문항' 해결사로 최상위권 학생들에 입소문을 타며 오프라인 학원업계 독보적인 1위 사업자가 된 대치동 학원엔 투자를 희망하는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들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시대인재'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하이컨시가 주인공이다. 창업 9년차를 맞은 하이컨시의 몸값은 4000억원 대로 거론된다.
킬러문항 '맛집'으로 독보적 1위 오른 시대인재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컨시는 복수의 PEF와 VC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투자사들은 이 회사 지분 98.5%를 보유한 창업자 오우석 대표이사와 접촉해 투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컨시는 올해 초까지 신규 투자유치를 두고 국내 투자사와 단독 협상을 이어왔지만, 최종 결렬됐다. 이후 별도의 자문사 없이 내부 인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이컨시가 희망하는 전체 기업가치는 4000억원 이상이다. 사교육 시장의 전통 강자인 메가스터디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하이컨시는 지난해 매출 2747억원, 영업이익 270억원을 달성했다. 실적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다. 2018년 63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4년 만에 네 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2억원에서 27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예상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선 기업가치 대비 EBITDA 배수가 일반적인 제조업 수준인 10배라는 점에서 "비싸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대인재가 사교육업계 정상에 선 배경엔 윤석열 정부가 연일 때리고 있는 '킬러 문항'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교육계 평가다. 시대인재는 2014년 서울 대치동의 작은 단과 학원으로 출발했다.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대치동에서 이 학원은 고난이도 문제를 담은 자체 모의고사 '서바이벌 모의고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시대인재가 교수, 현직 교사, 학원 강사 등으로 자체 모의고사 출제위원 풀을 구성하고, 문항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급해 고품질의 킬러 문항을 만든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한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시대인재로 몰려간 이유"라고 말했다.

킬러 문항을 잡는 게 수능 고득점을 얻기 위한 핵심 조건이 되면서 사교육업계에서 시대인재의 위상은 점점 더 올라갔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사교육시장 축소와 변동이 심한 교육정책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혀왔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일부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포지셔닝한 시대인재는 두 가지 모두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봐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 10시 이후 학원 금지 정도는 돼야"…투자업계 정책 리스크에 '미온적'
하이컨시는 킬러문항에 특화한 강사를 보유한 대찬, 새움, 다원교육 등 대치동 내 중소형 학원들을 잇따라 M&A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대치동 뿐 아니라 목동, 분당, 반포, 대전 등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 중심으로 학원을 확장했다. 2017년부터는 시대인재N 재수종합학원을 런칭해 업계 1위로 부상하게 됐다. 수많은 사교육 업체들이 도전해온 전통의 강호 강남 대성학원을 뛰어넘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이컨시는 PEF와 VC에서 유입된 대금을 바탕으로 기숙 학원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 M&A도 단행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투자금 회수를 위해 추후 증시 상장(IPO)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하이컨시 측은 "기숙학원 뿐 아니라 내년에 전국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에듀테크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라며 "지방 학생들도 시대인재의 컨텐츠를 바탕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교육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기존 강사진과 컨텐츠를 기숙학원으로만 돌려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저절로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학원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강도의 규제를 꺼내지 않는 이상 교육정책과 무관하게 투자자들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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