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손에 손잡고

입력 2023-06-20 17:41   수정 2023-06-21 00:07

2009년 이집트에 사라와 니헬, 림이라는 세 명의 반짝이는 대학생이 있었다. 한국 문화를 향한 이들의 진지한 마음은 똑 닮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세 사람은 곧바로 ‘절친’이 됐다. 한국어를 가까이할수록 젊은 그들의 꿈은 커져만 갔다. 그로부터 1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소식이 없었던 림과 며칠 전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이집트에 진출한 굴지의 국내 기업을 거쳐 현재 그는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에 있단다. 세종학당재단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중인 이때 이런 우연이 있나 싶어 반가웠다. 해외 워크숍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라와 니헬 두 사람은 모교의 한국어학과 교수가 돼 후학을 양성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지나온 경로는 서로 달랐지만, 그 결말은 모두 다 근사하게도 ‘해피엔딩’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한국어 세상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들의 성공 신화 바탕에는 유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후의를 베푼 장학 지원 기관이 있었고, 졸업한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이 있었다. 매력적인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도 있었다. 장학 지원 기관과 대학, 기업의 미래지향적 결정이 없었다면 이들의 한국어 사랑은 한때의 화려한 취미생활로 마감됐을 것이고 결국, ‘한국통’ 글로벌 인재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필자는 한국 전문가로 성장할 차세대를 위해 지속성 있는 또 다른 동력을 기대하고 싶다. 최근 세종학당재단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랍의 문화 수도인 샤르자의 정부 관계부와 손잡고 서로의 전문성과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양 기관의 맞손으로 거점 세종학당이 설립된다. 중동지역 최초의 체계적인 한국어교육 지원 기관이다. 아랍인 한국어 전문가를 양성해 다른 언어의 매개 없이 직접 교류하겠다는 아랍인들의 소망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1000년 전 산수가 뛰어나고 자연환경이 쾌적한 ‘황금의 나라’ 신라를 지도에 그려 넣은 아랍의 지리학자 ‘알이드리시’의 동경이 이렇게 세월을 거슬러 되살아나고, 잊혀졌던 우리들의 문화교류가 재부팅되리라.

2022년은 한국어 동호회 회원도, 한국어 수강생도 광폭으로 증가한 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지난해 전 세계 한류 동호인이 1억7800만 명에 달해 2012년 대비 약 19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세종학당재단의 작년 등록 수강생 수도 11만7636명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라는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들 한국어 학습자의 다음 발걸음이 어디를 향할지, 이들을 지원하는 우리는 누구와 손을 맞잡고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한 청사진을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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