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發 신용도 위기…롯데그룹 유동성 경색 심화 우려

입력 2023-06-21 11:30  

이 기사는 06월 21일 11: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M&A(인수합병)에 따른 투자 부담 확대 등으로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롯데그룹의 유동성 경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 계열사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내렸다.

석유화학 업황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과도한 차입금 부담이 롯데케미칼 신용도 하향의 주요 요인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3조300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4조원 이상 증가했다.

그룹 핵심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에 위험신호가 켜지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신용도가 동반 하락했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별 신용등급을 매길 때 핵심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그룹 매출액의 34%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그룹 통합신용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롯데지주는 지난 20일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롯데지주는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지주사다.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도 유사시 그룹 지원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반영해 각각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신용도가 하향 조정됐다.

다른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도도 불안한 상태다. 당장 신용등급이 내려가진 않았지만,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있는 계열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이 매겨진 롯데 계열사는 롯데하이마트(AA-), 롯데물산(AA-), 롯데건설(A+), 롯데오토리스(A) 등이 있다. 상반기 신용평가사 정기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추가로 신용등급 떨어지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PF 부실과 M&A 승자의 저주가 발목 잡아
롯데그룹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이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부담과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겹친 여파로 해석된다.

공격적인 M&A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보유 실탄이 대폭 소진됐다.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도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총 39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부실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등 롯데 주요 계열사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롯데건설의 PF 차환이 어려워지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사재 11억여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부실 후폭풍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나신평은 “롯데건설의 개발사업(정비사업 제외) 중 미착공 현장이 약 73.7%(4조1000억원)에 달한다”며 “불확실성 확대로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도 하락으로 자금 조달 난항 예상
롯데그룹의 차입금 부담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작년 9월 말 기준 28조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3조2616억원)보다 20.5% 늘었다.

문제는 신용도 하락이 자금 조달 난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공모채 시장에서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자 부담도 커진다. 지난 1월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4월 4대 시중은행과 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협약을 맺었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회사채 시장을 자주 활용하는 대표적인 빅 이슈어로 꼽힌다. 코스콤체크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22조8330억원(2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5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그룹(46조1890억원), SK그룹(44조1801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올해 투자심리를 회복한 회사채 시장에서도 롯데그룹의 입지는 불안한 편이다. 역대급 유동성 잔치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대기업 그룹에 비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롯데하이마트, 롯데물산 등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지원을 받아 겨우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 그쳤다.

롯데그룹이 발행하는 크레딧물에 대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 크레딧 디스카운트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으로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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