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씨 때문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주연 배우들이 입을 모아 출연 이유로 이병헌을 꼽았다.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보고회에 연출자인 엄태화 감독과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다.
7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엄태화 감독은 "4년 전쯤 레진코믹스에서 '유쾌한 왕따'를 봤다"며 "폐허가 된 상황에서 유일한 구조물인 아파트로 생존자가 몰려든다는 웹툰이 기존의 재난물과 다른 게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인데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며 각색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주연 배우인 이병헌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엄태화 감독은 "이병헌을 잡으면 다른 배우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며 "그 후 '박서준이 한다고?' '박보영이 한다고?' 하면서 두근두근했었고, 이분들이 모니터에 잡혔을 때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캐스팅에 대해 "대박"이라고 만족했다.
이병헌은 외부인들로부터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 역을 맡았고, 박서준은 아파트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민성을 연기한다. 그와 부부 호흡을 보여줄 박보영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은 명화 역으로 발탁됐다.
박서준과 박보영은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힌 이유로 엄태화 감독의 의도대로 "이병헌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서준은 "저에게 처음 들어왔던 작품은 아니었다"면서 "이병헌 선배의 팬이라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단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였던 박경림이 "이병헌이 출연 이유의 몇 할 정도 되냐"고 묻자 "감독님이 계시니 6할 정도로 하겠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병헌과 함께 촬영하며 "계속 고민하고, 유연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며 "촬영장을 가는 게 신났다"고 '성덕'이 된 소감을 전했다.
박보영 역시 "대본을 보고 있는데 '이병헌 선배님이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박서준 씨와 똑같이 '그럼 더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했고, 다른 장르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더 욕심이 났던 것 같다"면서 출연 이유로 시나리오 매력이 5할, 이병헌이 5할이라고 꼽았다.
이어 박보영은 "대본엔 '이상한 기합 소리를 낸다'란 지문만 있었는데 이병헌 선배가 상상도 못 한 연기를 하더라"라며 "'와, 이 지문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다"면서 감탄했던 순간을 전했다.
또 "당시 감독이 '다른 버전 있냐'고 물었더니 '아, 그럼요'하면서 또 하더라"며 "'100가지 버전을 준비했'나 의문이 들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노하는 연기를 단숨에 해냈던 이병헌을 떠올리며 "'10초 전에 봤던 눈이 저게 아닌데, 어떻게 잠깐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을 바꾼 줄 알았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극 중 아파트 부녀회장 금애로 활약할 배우 김선영도 "이병헌 선배가 한다고 해서 '해야죠'라고 했다"며 "무조건이다"고 굳히기에 들어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병헌이) 어떻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봤는데, '난 연기를 안 해도 될 것 같아'라고 했다"며 "처음 느낀 에너지였고, 존재감이 강렬했다"고 치켜세웠다.
아파트로 돌아온 생존자 혜원 역의 박지후는 "선배와 함께하는 현장이라 리딩 전부터 떨렸다"며 "현장 가니까 먼저 다가와 주셨고,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됐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