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분 매각설 휘말린 LG화학, 해외교환사채로 자금 조달

입력 2023-06-21 16:38   수정 2023-06-21 18:10

이 기사는 06월 21일 16: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활용해 약 2조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을 추진한다. 최근 소수 지분 매각설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고점 대비 10%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주가가 반등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조만간 운용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후 발행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HSBC가 맡았다.

교환 대상은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이다. 올 3월 기준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의 총발행주식의 1.5%로 약 2조원으로 알려졌다. 교환 가액은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의 종가를 기준으로 프리미엄을 얹어 결정된다. 교환사채는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LG화학은 지난달부터 해외교환사채 발행 절차를 진행해왔다. 기획재정부 인가를 거쳐 이달 중 발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소수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9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일 대비 5% 하락했다.

매각 규모가 전체 시가총액의 2%에 불과하지만, 최대 주주가 지분을 파는 데다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배터리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최고 61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지분 매각 소식 이후 사흘 연속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0.52% 내린 55만8000원에 마감했다.

LG화학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 시 프리미엄을 40%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사채 발행 전일 LG에너지솔루션의 종가가 60만원이라면 교환가액은 종가의 140%인 84만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주가가 55만원 대로 내려가면서 교환가액도 77만원으로 하락하게 됐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프리미엄이 40%에서 28%로 줄어들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최근 주가 흐름을 반영해 발행 조건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교환사채 발행이 취소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인데다 LG화학 측이 발행 의지를 보여 교환가액을 조정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LG화학의 교환사채 발행이 주가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의무보호예수 기간 후 시장에 팔 수 있는 블록딜은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 5%(500만주)를 개장 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면서 두산밥캣의 주가는 전일 대비 8.18% 하락한 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교환사채는 투자자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파는 것으로 발행 조건이 우호적이면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유상증자의 경우 신주를 발행해 주식 가치가 희석되지만, 교환사채는 보유한 자사주를 주기 때문에 지분 희석 부담도 적다. 낮은 발행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만큼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공매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교환사채 투자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4월 4일 총발행주식의 2.8%인 2조2400억원어치의 해외 교환사채 발행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 동안 주가가 6.61% 하락했다.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한 당일에만 1000만6643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거래대금은 약 8400억원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량의 약 60%가 SK하이닉스에 몰렸다. 그 여파로 한국거래소는 다음 날 SK하이닉스에 대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정규시장 및 시간외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교환가액은 전일 종가 8만7200원의 127.5%인 11만1180원, 사채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연 1.75%로 책정됐다. 회사의 조기 상환권(콜옵션)과 사채권자의 조기 상환권(풋옵션)이 있어 만기 전에 조기 상환도 가능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낮은 이자율을 감안했을 때 회사 측에 불리한 조건으로 평가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 매각설이 유출되면서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단기에 많이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공매도 세력이 이득을 봤을 가능성도 제기돼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며 "교환사채로 하락한 주가가 반등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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