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부터 테슬라 담았던 황우택…"이 종목, 저가 매수 기회" [1조 펀드매니저 인터뷰]

입력 2023-06-24 07:00   수정 2023-06-24 07:30

[금융 투자의 대명사도 같던 공모펀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 등 대체 투자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다. 공모펀드는 투자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 아직까지 1조원 이상 운용자산을 유지 중인 국내 공모펀드 매니저 3명의 생각과 앞으로 투자 전망을 들어본다.]

[1조펀드 운용역 릴레이 인터뷰]
①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수석
②김화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
③김정욱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전략본부장



2017년 출시된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펀드는 글로벌 전기 모빌리티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6월 14일 현재 순자산은 1조8000억원 규모다. 설정액은 1조2000억여원으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투자 공모 펀드 중 가장 크다. 수익률은 연초대비 16.92%, 설정 이후 36.98% 수준이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수석은 여의도에서 가장 빨리 테슬라 투자에 나섰던 운용역으로 거론된다. 2017년 첫 출시부터 이 펀드를 운용 중인 황 수석은 "밈 주식 취급을 받던 테슬라 투자를 설득하고 다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황 수석은 최근 전기차 섹터, 특히 테슬라에 대해 더 큰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메머드급 공모펀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오래된 펀드에 대한 노하우를 인정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본사에서 황 수석을 만났다.

▷2017년이면 전기차·배터리 섹터가 주목받기 전이다. 어떻게 당시 전기차 펀드를 조성하게 됐나.

"장기 성장성이 있는 테마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고자 했다. 글로벌 X(Global X, 미래에셋 인수 전)에서 리튬&배터리 ETF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초반 2년 정도는 노하우를 쌓는 시기였던 것 같다.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전기차로 투자자 미팅을 하면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전기차를 볼트 EV, 골프 카트 정도로 생각하던 시기다. 선입견과 진입장벽을 깨는 어려움이 컸다.

2019년부터 벤치마크도 바꾸고 리뉴얼을 새로 하면서 수익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트리거가 되어 2021년 운용 규모 1조원을 넘겼다."

▷테슬라 투자에 빠르게 뛰어든 펀드로 유명하다.

"2017년 시작부터 테슬라에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테슬라에 투자한다고 하면 욕을 먹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 청담 매장에 가서 모델S를 직접 타보고 확신을 얻었다. 엄청난 속도, 자율주행 등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모델3 주문량도 많았던 점 등을 감안해 과감히 투자했다."

▷테슬라 주가가 다시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포드의 충전망 파트너십을 발표한 지난 5월 말 후 테슬라 주가는 40% 넘게 급등 중인데.

"갖가지 호재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힘은 '표준화'에 있다.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이어져왔던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 표준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GM, 포드, 경쟁사인 리비안까지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북미 표준화를 테슬라가 이끌고 있는 셈인데, 북미 표준은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표준화는 충전 네트워크 외에도 완전자율주행(FSD) 영역에서도 진행 중이다.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완성차 기업들이 테슬라 FSD를 쓴다면, FSD 영역에서 테슬라 표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FSD 주행 데이터까지 얻을 수 있다. 여러모로 점점 강력한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ACE 테슬라밸류체인 액티브 ETF 운용역에도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는 좋은 기업이다. 그러나 좋은 기업과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은 별개다. 테슬라와 연관 있는 밸류체인 기업 중 아직 저평가된 곳들에 눈길이 갔다.

이 섹터를 5년 넘게 들여다보며 얻은 교훈은 '진입장벽'이다.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이다. 이렇다 보니 밸류체인 안에만 있다면, 조정을 받더라도 강하게 반등하는 추세를 보인다.

따라서 일부 테슬라 밸류체인 기업들은 테슬라보다 수익률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다만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이 될지는 불확실하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담기 좋은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 미국 현지 투자에 부담을 느끼거나, 퇴직 연금 계좌에서 테슬라 관련 투자를 하고 싶은 수요도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

▷전기차 섹터 투자 팁은 없나.

"자기만의 밸류체인을 만들고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빠질 때 서서히 담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말한대로 조정을 받더라도 강하게 반등하기 때문이다.

또 반등했을때 빨리 팔아선 안 된다. 반등을 시작하면 예상보다 오래 반등세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잘 참아온 만큼 더 참을(?) 필요가 있다.

중국 전기차 주가가 조정을 많이 받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 내 전기차 비율, 전기차 출하율이 모두 오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저가 매수 기회로 본다."



▷다시 글로벌전기차&배터리펀드로 돌아와서, 아직까지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펀드가 오래된 만큼 노하우를 인정받았던 것 같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 분야 성장성에 대한 니즈도 컸다. 잦은 커뮤니케이션 통해서 신뢰를 조금씩 쌓았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ETF는 '내가 오늘 10% 수익을 보고 빠지겠다'식 단타 투자가 많다고 본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려는 수요는 아직까지 공모펀드로 오고 있다. 밸런스 있는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말씀대로 특히나 전기차 섹터는 ETF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모펀드가 설정과 환매가 불편하고 수수료가 높다지만,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공모펀드는 투자자마다 유불리를 발생시키지 않는 게 중요한 가치다. 펀드의 해지·환매 등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운용을 맡긴 뒤 발생하는 수수료를 할인받거나 정액으로 계산하는 문화도 남아있다.

그러나 ETF는 활발한 거래 속에 투자자마다 유불리가 발생한다. 일부 해외 ETF는 거래량이 적은 경우 원활한 매매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러면 불리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게 되고, 매수·매도 수수료도 매매마다 발생한다. 실제 금융 수수료는 더 높은 셈이다. 아직까지 공모펀드의 매력이 살아있는 지점이다."

▷앞으로 펀드 운용 계획은.

"과거와는 다르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이 국가마다 달라지고 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국가마다 각기 다른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 좋은 수익률을 위해서는 이 사이클을 긴밀히 탐지하고 선택까지 잘 해내야 한다. 산업이 성숙해진 만큼 투자 난이도는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기존 국가들 외에 다른 전기차 시장이 유망해 보인다면, 글로벌 펀드에 걸맞게 과감히 투자할 생각이다."

▷'1조 펀드운용역'이 바라보는 2023년 하반기 증시 전망도 궁금하다.

"반도체, AI, 자율주행 등 성장주·기술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갖기를 추천한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선제적인 가격 인상 경쟁에 돌입했던 완성차(전기차) 업체들도 서서히 가격 인하(할인)폭을 줄이면서 실적 우려에 따른 주가 하방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경기에 민감한 자유소비재 업종도 긍정적인 흐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필수소비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안정화로 필수소비재 가격 인상 기대가 수그러들며 소폭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 가격도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해서는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 업종이 시장 퍼포먼스 대비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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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수석

주요 펀드(순자산액, 14일 에프앤가이드 기준)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펀드(1조7922억원)
ACE 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 ETF(801억원)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503억원)

주요 경력
2011~2014 한국투자신탁운용 AI운용본부
2014~2018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
2019~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본부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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