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3년 '하방' 마윈이 복귀했다는데…

입력 2023-06-21 17:56   수정 2023-06-22 00:39

중국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M&A)의 황제로 불리던 바오판 화싱자본(차이나 르네상스) 창업자는 6개월째 소식이 끊겼다. 작년 12월 한 시상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 2개월 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만 돌았을 뿐이다. 그가 관여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은 중국 당국이 ‘양봉음위’(陽奉陰違: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배반함)죄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중국의 부호나 유명인이 갑자기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는 일이 종종 있다. 당에 밉보인 이들이 종적을 감춘 뒤 짧게는 몇 달에서 수년간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00여 개 회사를 거느린 신비의 거부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은 2017년 1월 실종 이후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시진핑 주석을 ‘벌거벗은 광대’로 비판했던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은 2020년 4월 중국 당국의 ‘조사 중’ 발표만 있었을 뿐, 현재까지 행적은 불투명하다.

의문사도 적잖다. 안방보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천샤오루는 중국 혁명 원로 천이의 아들인데, 그의 급사 원인에 대해서도 의혹이 많다. 공격적인 해외 기업사냥으로 유명했던 HNA의 왕젠 회장이 프랑스 출장 중 추락사한 것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알리바바 회장과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 회장에서 모두 물러났던 마윈이 3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고 한다. 해외를 전전하던 그가 중국 경제 둔화 속 빅테크 기업의 역할이 재조명되면서 오랜 ‘하방(下放)’에서 풀려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가 온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마윈은 알리바바 고객 데이터 공유 거부로 중국 정부에 찍혀 2018년 9월 알리바바 회장에서 은퇴한 뒤 한동안 잠행했다. 2020년 10월에는 중국 금융감독 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한 설화 사건으로 앤트그룹 회장직까지 내려놓고 변방을 맴도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하방을 겪었다.

시진핑 체제 이후 유명인들의 실종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 인권 운동가가 쓴 <실종 인민공화국>이란 책까지 나왔다. 중국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내세우지만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보다는 의공치국(依共治國), 공산당 눈 밖에 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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