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횡령 등 금융사고 시 CEO 면책 기준 만든다

입력 2023-06-22 07:00   수정 2023-06-22 14:38

금융위원회가 횡령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내부통제 제도 실패 책임에서 면책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먼저 금융사 대표는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서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해 관련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했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표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별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책무구조도에 담길 책무는 향후 개정될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금융위는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업부문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총 20~30개 책무가 열거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급, 청산·결제, 투자관리, 금융·투자자문 등 총 27개 총괄 책무를 두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대표가 마련해야 하고 최초 작성 및 주요 사항 변경 때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적정성 여부를 사전 승인받을 필요는 없지만 당국의 시정 요구는 가능하다. 시정 요구와 사전 승인 간 차이점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가 합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시정 요구를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무구조도상 임원은 소관 영역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금융사고 발생 시 내부통제 관리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진다. 다만 금융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상당한 주의'를 다해 사전 또는 사후적으로 관리 조치를 했다면 해당 책임이 경감 또는 면제될 수 있다. 관리 조치의 구체적인 방법과 수준은 각 회사 및 업계에 따라 자체적으로 마련하되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모범 사례를 축적해나갈 방침이다.

관리 의무를 위반한 업무집행책임자에 대해서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주의 등 다섯 단계로 '신분 제재'가 부과된다. 다만 업무집행책임자가 아닌 임원은 해임 요구,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대표는 전사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총괄 관리할 의무까지 지도록 했다.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현행법상 대표에게 내부통제 제도 기준 마련 의무만 부여돼 있어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중징계 안이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던 선례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총괄 관리 의무는 회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스템적 실패에 한정된다. 금융위 측은 "특정 영역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면 책무구조도상 임원이 책임지면 되겠지만 여러 부서에 걸쳐 장기간 누적돼 온 문제에 대해서만 대표가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감독, 감시하도록 하는 등 관련 책임과 권한이 처음으로 명시된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사외이사는 책무구조도상 책임 범위에서 제외된다. 사외이사의 정보 접근성 및 업무시간 등 현실적 제약을 감안한 조치라고 금융위 측은 설명했다.

이번 제도 개선안은 법 개정 사항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1단계로 1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은행·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한다. 이어 2단계로 대형 금융투자회사 및 종합금융투자회사, 대형 보험사 등이 6개월 이후 도입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제도 개선안은 금융쇠가 각자의 특성에 맞게 내부통제 시스템을 스스로 마련 운영하도록 한 데 의의가 있다"며 "관련 제재를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당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임원을 면책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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