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때 1차는 임원, 최종은 CEO 책임

입력 2023-06-22 18:18   수정 2023-06-23 02:12

금융당국이 22일 내놓은 내부통제제도 개선 방안의 핵심은 금융회사에 ‘시스템 실패’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선 개선 방안이 시행되면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금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기준이 모호한 탓에 사후 처벌의 근거로만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CEO·임원의 내부통제 책임 명확히
개선 방안에 따르면 금융회사 CEO는 우선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만들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담당 영역에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CEO에게는 임원별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책무 범위와 종류는 앞으로 개정될 법 시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금융위는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업부문 등 세 가지 영역에서 모두 20~30개 책무가 열거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급, 청산·결제, 투자관리, 금융·투자자문 등 총 27개 총괄 책무를 두고 있다.

책무구조도의 적정성을 사전에 승인받을 필요는 없지만 당국에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시정 요구와 사전 승인 간 차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면 시정 요구를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책무구조도상 임원은 담당 영역의 최종 책임자로서 금융사고 발생 때 책임을 진다. 다만 ‘상당한 주의’를 다해 사전·사후에 ‘관리 조치’를 했다면 제재가 경감 또는 면제될 수 있다. 상당한 주의의 판단 기준이나 관리 조치의 구체적인 방법·수준은 업계별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되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모범 사례를 축적해나갈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개선 방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아직 유효성을 판단하기엔 이른 것 같다”며 “세부 사항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희생양 몰이’에 악용될 소지가 없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별 사례를 사전에 다 확정할 순 없다”며 “제도 시행 전후로 모범 사례를 축적해 업계 자율 규제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 의무를 위반한 직원(미등기 임원)에 대해서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주의 등 제재를 부과한다. 임원은 해임 요구,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기준 모호…희생양 몰이 악용 우려”
CEO의 거수기, 방패막이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이사회에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감독할 책임과 권한을 명시한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내부통제 전략과 기업문화 정착 방안 등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사외이사는 책무구조도상 책임 범위에서 제한다. 사외이사의 정보 접근성 및 업무시간 등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안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연내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1단계로 은행·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계도기간 1년)한다. 이어 2단계로 총자산 5조원(또는 운용자산 20조원) 이상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종합금융투자회사, 총자산 5조원 이상 대형 보험사·카드사 등에 6개월 이후부터 적용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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