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25)는 굳이 따지면 ‘방패’에 가깝다. 특별하게 잘하는 걸 앞세워 몰아치기보다는 또박또박 타수를 줄여나가는 스타일이다. 페어웨이 안착률(6위), 그린적중률(14위), 평균퍼팅(18위)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그에 비하면 ‘슈퍼 루키’ 방신실(19)은 ‘창’이다. 드라이버를 가장 멀리 날리지만(비거리 1위·260야드), 페어웨이 안착률은 109위(65.24%)로 최하위권이다. 일단 최대한 멀리 쳐놓고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컨디션 좋은 방신실’은 누구도 못 막는다.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지면 경쟁자들보다 2~3클럽은 짧게 잡고 그린을 노리기 때문이다.
23일 경기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1라운드에선 창과 방패의 대결이 펼쳐졌다. 일단 첫날 ‘판정승’을 거둔 건 ‘방패’였다. 박민지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섞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반면 방신실은 버디 없이 보기만 2개를 범해 2오버파 74타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퍼팅이 흔들리면서 더 달아나진 못했다. 13번홀(파5)에선 1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첫 보기를 범했다. 18번홀(파5)과 2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잡았으나 마지막 9번홀(파4)에서 약 3m 파 퍼트를 놓쳐 타수를 잃었다.
박민지의 이날 그린적중률은 83.33%(15/18)로 준수했지만, 퍼팅 수가 31개나 됐다. 박민지는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셀트리온 대회에선 퍼트가 홀컵을 돌다가 쏙쏙 들어갔는데 오늘은 반대로 다 돌아나왔다”며 “좋은 날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고 생각한다. 2라운드에서 다시 타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방신실은 오버파를 쳤지만, 압도적인 장타로 환호를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7번홀(파4)이었다. 방신실은 이 홀 티샷으로만 272.5야드를 보냈다. 내리막 경사를 탄 공은 페어웨이 맨 앞에서 멈췄다.
얼어붙은 아이언 샷이 아쉬웠다. 방신실은 장타를 앞세워 매번 파5홀에서 기회를 만드는 선수다. 올 시즌 투어 전체 파5 성적에서 4위(4.8026타)다. 그러나 이날은 아이언 샷이 번번이 벗어나면서 파5홀에서 1타도 줄이지 못했다. 마지막 18번에서는 되레 1타를 잃었다. 방신실은 “오늘 샷은 괜찮았는데 퍼팅이 잘 안됐다”며 “2라운드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 첫 승’에 도전하는 이가영(24)은 6언더파 66타를 쳐 3위에 올랐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잡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이가영은 지난해 변형 스테이블포드(알바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등 스코어에 점수를 부여해 합산하는 방식)로 열린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올 시즌 들어서는 아직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전예성(22)은 이날 샷 이글을 앞세워 4언더파를 치며 선두권에 진입했다. 그는 이날 이글 1개, 보기 3개를 잡고 버디는 1개로 막았다. 전예성은 2021년 생애 첫 승을 거둔 후 아직 2승을 기록하지 못한 상태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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