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불황 겪고도…또 '바가지' 씌우는 명동 노점

입력 2023-06-27 18:21   수정 2023-07-05 20:27

27일 서울 명동 거리. 명동파출소 앞에 줄지어 있는 노점들이 내건 가격표는 군데군데 숫자를 덧대 쓴 흔적 탓에 가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가격을 썼다가 아예 지운 곳도 있었다. 인근 노점 관계자는 “급하게 가격을 올리느라 가격표를 고쳐놓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가격표를 찾아도 터무니없이 비싼 곳이 대부분이었다. 과일 다섯 알에 튀김옷을 입힌 간식 탕후루를 한 노점에선 7000원에 팔고 있었다. 3년 전인 2020년 6월 3000원에서 두 배 넘게 뛴 것이다. 바로 앞 노점은 핫도그 한 개에 5000원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후 외국인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명동이 ‘바가지요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료비 인상폭을 훌쩍 뛰어넘어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품목도 적지 않았다.
명동 길거리 음식 가격 평균 50% 올라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명동 노점에서 팔고 있는 길거리 음식 17개 품목의 가격을 2020년 6월과 비교해 본 결과, 평균 5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중 15개 품목의 가격이 뛰었다. 생감자를 얇게 썰어 튀긴 회오리감자는 3년 전 3000원에서 5000원으로 66.6% 올랐다. 핫바 역시 3000원에서 5000원으로 뛰었다. 팬케이크의 한 종류인 크레이프는 같은 기간 6000원에서 9000원으로 50.0% 인상됐다.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비싼 길거리 음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온 C씨(26)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이곳을 찾았는데 소개된 가격보다 두 배는 비싼 것 같다”며 “길거리 간식을 사 먹는 데만 100달러 넘게 썼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영상 속 5000원짜리 닭강정의 이날 가격은 8000원이었다.

시민들도 ‘해도해도 너무한 가격’이라는 불만을 터트렸다. 부산에서 온 김모씨(46)는 “부산 길거리 음식 가격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사 먹을 엄두가 안 나 그나마 저렴한 달걀빵 한두 개만 먹고 말았다”고 푸념했다.

현금 계산을 유도하는 행태도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노점 상인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된다”고 외치자 현금이 없는 관광객들은 연신 발걸음을 돌렸다.
관광객 늘지만 ‘바가지’에 또 외면받나
명동 상권에서 바가지요금이 급증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낮아졌던 권리금이 최근 급격히 올랐다. 코로나19 기간 명동 노점은 10여 개로 줄었다가 이달 기준 280여 개로 늘었다. 노점당 2000만~3000만원으로 떨어졌던 권리금은 최근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점 관계자는 “수년 동안 봤던 손해를 만회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며 “과도한 가격 인상은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상인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재료비 인상도 한 요인이다. 이강수 명동상인복지회 총무는 “2만8000원이던 식용유 한 통(18L)의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재료비 인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물가가 안정되면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 명소의 바가지요금은 간신히 살아나고 있는 주요 상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71만4252명으로 작년 동기(27만8618명) 대비 여섯 배로 늘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바가지요금으로 상인을 신뢰하지 못하면 상권 재방문율이 떨어지게 된다”며 “힘들게 찾아온 기회가 바가지요금 때문에 상권 전체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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