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교실' 대책의 진실…밥상에 숟가락만 올린 여당 [관가 포커스]

입력 2023-06-28 09:35   수정 2023-06-28 09:50

“올해 냉방비 예산이 없어서 에어컨 가동이 어려운 학교는 관내에 없습니다. 찜통 교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알려주세요”

당정이 지난 27일 올해 무더운 여름철을 앞두고 ‘찜통 교실’을 없애기 위해 학교당 냉방비 24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대책을 발표한 직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장학사들도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

중앙정부에서 당초 책정된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이 내려오면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 관계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올해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일선 학교들이 냉방비 부담 때문에 에어컨을 여유 있게 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관내 학교의 경우 전기료 인상분을 감안해 충분한 예산을 이미 내려보냈다”며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냉방을 가동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초등학교에서 열린 ‘여름철 냉방비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폭염에도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냉방비 지원에 우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편성된 학교당 평균 전기요금 예산은 5255만원인데, 여기에 2400만원을 추가 교부해 학교당 7650만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예상되는 학교당 평균 전기요금 부담이 6800만원가량인데, 에어컨을 여유 있게 틀 수 있도록 예산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는 2만696곳이다. 학교당 2400만원을 추가 지원할 경우 4967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찜통 교실을 막겠다는 여당의 강한 의지에 따라 4967억원가량의 추가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배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상은 달랐다. 학교당 2400만원의 추가 지원예산은 여당의 이날 발표와 상관없이 앞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편성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우선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학교기본운영비 항목을 전년 대비 3324억원 증액했다. 냉·난방비 예산은 학교기본운영비에 포함된다. 학교기본운영비는 비품 구입, 학생·학부모회 활동, 급식·체육시설 개선 등에 쓰인다. 냉방비도 여기서 충당된다.

통상 교육부는 교육청의 예산안 편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되기 전인 매년 10월께 예정 교부를 실시한다. 이어 이듬해 2월께 교부금을 실제로 나눠준다. 교육청은 교부금을 활용해 일선 학교에 학교기본운영비를 내려보낸다. 이미 이때 증액 예산이 확정된 것이다. 교육청은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이 추가로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학교기본운영비를 내려보냈다.

나머지 부족분은 교육청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충당했다. 서울시교육청의 1차 추경예산이 지난 4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교육청이 추경 편성을 마무리했다. 일선 교육청 관계자들이 “올해 냉방비 예산이 없어서 에어컨 가동이 어려운 학교는 관내에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80조1334억원으로, 작년(69조798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힘입어 전국 교육청의 올해 세입예산은 97조4191억원으로, 작년(82조6901억원) 대비 17.8% 급증했다. 선심성 예산 편성 등 방만 재정을 걱정할 정도로 교육청 예산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냉방비 예산 부족으로 찜통 교실이 속출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당의 이날 발표가 이미 마무리된 냉방비 예산 증액에 숟가락만 얹은 ‘생색내기용’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시·도교육청이 자체 편성하는 추경 예산은 여당과는 일절 관계가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주도해서 올여름 ‘찜통 교실’을 막았다는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 증액과 교육청의 추경 편성으로 냉방비가 증액된 것은 맞다”면서도 “정책 결정을 위한 당정 협의는 늘 있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강경민/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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