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사교육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당장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불안합니다. 다른 학생들도 내년 이후 대학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 앞섭니다.이럴 때일수록 우선 상황을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그 이후 교육부의 여러 조치에서 핵심은 ‘수능의 정상화’입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 없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이런 지적에 공감합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는 당연하다”고 찬성했습니다.
다만,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다 보니 단계적인 수정을 통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번 조치로 사교육 시장이 되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살펴봐야 합니다.
수능과 사교육은 독자 여러분이 직접 당사자인 문제입니다. 당장 마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봅시다. 성적 향상과 명문대 진학의 ‘기대’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불안’으로 사교육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기대이론과 게임이론도 이해해봅시다.
대학입학 전형은 각 대학이 자기 대학에서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학생 선발권은 원칙적으로 대학에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대학의 서열화가 만연하고 일류 대학 입학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정부가 대입 전형에 관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가가 주관하는 입학시험입니다.30년간 운영된 수능은 출제 및 채점 오류 논란과 물수능(지나치게 쉬운 수능)·불수능(지나치게 어려운 수능) 같은 난이도 널뛰기 문제로 자주 비판받아왔습니다. 교과 이기주의와 대학의 편의주의 등으로 왜곡됐고, 역대 정부가 수능을 교육정책의 손쉬운 도구로 생각해 여러 가지 간섭을 하는 바람에 크게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비판과 지적에도 수십 년간 전국 단위 시험을 이렇게라도 유지해온 것이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옵니다.
그런데 킬러 문항은 왜 수능에 포함돼왔을까요. 평이한 문항만으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실력을 가름하기 어렵다 보니, 킬러 문항을 포함시켜 그 문항의 정답 여부에 따라 등수를 정하려 한 것입니다. 사실 시험을 시행하는 입장에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킬러 문항을 출제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대학교수도 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최대한 어렵게 꼬아서 만들면 되니까요.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적 후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은 확실히 제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은 이런 해법을 마련하기에 너무 척박해 보입니다. 당장 윤 대통령 발언과 정부 조치를 ‘물수능 시행’으로 받아들인 사교육업계는 “실수하지 않도록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고 물수능 대비반부터 서둘러 개설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수능’ 지침이 미래를 준비하는 수험 제도를 토론하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라 어느새 ‘물수능’ 논란으로, 이게 다시 ‘사교육 강화’ 쪽으로 왜곡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수능 및 대입 전형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인데요. 바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번 정부가 ‘공정한 수능’을 넘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과정과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평가 방법을 만들어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기대합시다.
2. 킬러 문항이 왜 불공정한지 설명해보자.
3.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내용에 대해 토론해보자.
사교육은 영어로 ‘private tutoring’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1992년 학계에선 사교육을 가리키는 새로운 표현으로 ‘shadow education’이 등장했습니다. 처음 이 표현을 사용한 학자들은 ‘공교육과 유사한 학교 밖 학습활동’이란 비교적 중립적 의미로 썼습니다. 이후 공교육의 형태를 모방한다거나 공교육에 비해 특징이 불분명하다는 등 사교육의 음성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하는 연구들이 등장했습니다.따지고 보면, 사교육은 좀 더 높은 성적을 올리거나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려고 학교 밖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노력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에 대한 인식은 중립적이거나 음성적이라기보다 부정적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분이 많은 상황이라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사교육은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게임이론은 합리적 의사결정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결과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경쟁적 게임 상황에서는 상호의존적 선택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3분의 1 이상이 사교육에 대해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불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심리적 불안은 상호의존적 선택을 부채질합니다. 결국 게임이론에 따르면 ‘다른 학부모의 사교육 선택행위에 대한 본인의 합리적 선택이 사교육 참여’인 겁니다. 사교육 업체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이번 정부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번엔 다를까요. 정부 정책만으론 부족합니다. 우리 사회가 학력주의 가치관과 학생 및 학부모의 ‘불안 심리’에 대해 좀 더 성숙한 자세로 지혜를 모아가야 합니다.
2. 학력주의 가치관을 설명해보자.
3. 기대이론과 게임이론의 개념을 정리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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