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주식 증여할 때 '효도계약서' 꺼내볼까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입력 2023-07-04 06:16   수정 2023-07-04 11:19


사업가 A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 B씨와 딸을 두었습니다. A씨는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40세에 건설업을 시작해 건실한 중견기업(상장회사)으로 키웠습니다. A씨는 나이가 70세가 넘게 되자 주변으로부터 미리미리 주식을 증여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상속세가 엄청나게 나와서 결국 회사를 물려주지 못하고 팔게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A씨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증여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A씨는 일찌감치 장남 B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B에게 회사 업무도 많이 맡겨왔습니다. 그런데 B에게 주식을 증여하자니 이런저런 걱정이 됐습니다. 나중에 A씨의 조언을 잘 듣지 않거나 사업을 나몰라라 하면 어쩌나가 걱정이었습니다. 만약 A씨가 병에 들거나 거동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 A씨가 먼저 떠나게 되면 아내만 남게되는 경우 등을 생각해보니 아들 B씨가 잘 돌볼까도 걱정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A씨는 어떤 법적 조치를 통해 안전망을 확보하면 좋을까요.

이런 경우에 보통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효도계약서입니다. 효도계약서는 일반적으로 "내가 너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대신 너는 내가 지금까지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에게 매달 얼마를 지급하고, 회사 차량 및 기사를 제공한다. 만약 이러한 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기 증여한 주식을 반환한다"라는 식으로 작성합니다. 이렇게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식을 증여할 경우 이러한 증여는 민법상 ‘부담부증여’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부담부증여를 한 이후에 B가 약속을 어기고 A를 부양하지 않으면 A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법상으로는 기존 증여 후 3개월이 지나면 증여취소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부과된 증여세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얘깁니다. 원칙적으로 증여 후 취소를 하게 되면 최초 증여 시점과 반환 시점에 각각 증여한 것으로 보아 두번 증여세를 과세하게 됩니다.

상장회사의 주식은 증여한 날 전후 2개월(총 4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주식이 저가일 때 증여를 시도했다가 2개월 사이에 주식가치가 갑자기 높아지게 되면 증여세 신고기한 내에 증여를 취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두번의 증여세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다만 상증세법에는 증여 후 단기간 내에 반환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일부 또는 전체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규정이 있습니다(제4조 제4항).


효도계약서 외에도 A씨가 아들 B에게 의결권을 위임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즉 A가 회사 주식을 B에게 증여하는 대신 그 주식의 의결권은 A가 행사하는 것으로, 의결권행사권한을 위임하는 것입니다. 주식을 증여하더라도 그 의결권행사는 A가 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주식에 대한 모든 권한을 A가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주식 증여 이후에 B가 돌변할 일은 없겠지요.

이 때 권한위임의 기간을 명시하게 되는데, 보통 5년 또는 10년 정도를 정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의결권 위임을 할지 여부를 A가 결정한다(또는 A와 B의 합의로 결정한다)'는 식으로 기간을 정하게 됩니다. 어떤 때에는 ‘A가 사망할 때까지’ 의결권을 위임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주식을 증여받는 B의 입장에서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됩니다. 되레 부자관계가 틀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 설정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식을 일부씩 시간차를 두고 증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번에 전부 증여할 경우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걱정)을 분산하자는 의도입니다. 증여세 누진과세 기준인 10년 단위로 끊어서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결국은 모든 주식이 언젠가는 자녀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효도계약서나 의결권위임방식을 병행한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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