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처럼 변동성이 큰 기술주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사채(ELB)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1년 뒤 주가를 맞혀야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같은 구조의 상품을 올 2월 처음 판매했다. 이번 1887회는 22번째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도 올 들어 비슷한 상품을 판매했다. 지난해까지는 이런 상품을 파는 증권사가 거의 없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통상 30억~50억원 한도인 청약이 약 100회 진행됐다. 기초자산은 테슬라가 가장 많고 애플, 엔비디아, AMD, 삼성전자, 네이버 등도 있었다. 수익률 등 세부 조건은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대부분 유사하다.
외국 기관은 콜옵션의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붙인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 있을 때만 국내 증권사가 옵션을 행사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주 종목의 1년 뒤 주가를 종목 밸류에이션, 시장 분석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대세 상승이나 하락은 예측할 수 있지만 특정 시점의 주가를 비교적 정확하게 맞추는 건 확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 기간 대부분 테슬라의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테슬라는 2019년 9월부터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며 변동성이 커졌는데, 이 시점 이후로만 보면 수익 조건 달성 확률은 0.9%로 쪼그라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들어 지난달까지 청약을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테슬라 ELB 상품 14개 가운데 4개가 이미 수익 지급 조건을 벗어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행성 게임과 투자의 경계에 있는 금융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ELB도 그런 상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헤지 전략을 구사해 안정성을 높인 상품”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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