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공노, 민노총 지지후보에만 생계비 지급했다

입력 2023-07-05 18:00   수정 2023-07-05 18:03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2018년 7회 지방선거 당시 특정 정당 후보로 출마한 해직 노조 간부에 생계비 명목의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을 하는 해직자에는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급휴직 처리하도록 한 규정도 선거 직전 바꿨다. 정치자금법은 특정 단체가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특정 정당으로 출마한 해직자에 대해서만 생계비를 주기로 한 것은 해당 정당에 대한 우회 자금지원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선거 직전 '민노총 후보 지원' 근거 마련
5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2018년 전공노 정치위원회 내부 문건을 보면 민주노총은 그해 3월 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전공노 소속 후보 7명을 지방선거에서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지지하기로 한 후보 7명의 당적은 정의당 3명, 민중당 2명, 무소속 2명 등이었다. 7명 중 5명이 민주노총과 노선을 함께하는 ‘진보정당’ 소속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변혁당 정의당 등 5개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공노는 같은 해 4월 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지방선거에 대해 ‘민주노총 선거 방침에 따름’ ‘민주노총 추천 후보는 공무원노조 지지 후보로 결정하고 조직적 지원’ 등 사항을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지지하기로 한 후보 7명을 전공노 역시 지지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다만 전공노는 서울 용산구와 성북구 지부 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선 A씨와 B씨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을 승인하면서도 활동기간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급휴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로 용산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B씨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기 광명시의원 선거에 나섰다.


전공노는 2004년 공무원노조 총파업으로 해직된 간부 130여명에 공무원 급여에 준하는 생계비를 희생자 구제라는 명목으로 지급해오고 있다. 전공노 ‘희생자 구제 규정’은 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 기간에는 무급휴직 처리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A, B씨는 바로 이런 조항에 따라 정치활동으로 인한 무급휴직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전공노는 민주노총 방침에 따른 지지 후보 7명에 대해서는 A, B씨와 달리 선거 기간에도 무급휴직 처리하지 않고 생계비를 계속 지급했다.

당초 규정대로라면 이들 7명에 생계비를 지급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전공노는 같은 해 3월 20일 규정을 개정해 ‘단, 민주노총 및 조합의 방침에 의한 자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즉 민주노총과 전공노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활동 중 생계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정의당 후보로 강원 원주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C씨는 이 같은 규정 변경을 통해 전공노로부터 생계비를 받을 수 있었다. 앞서 C씨에 대해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한 영농법인 감사로 재직하며 영리활동을 해 생계비 지급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공노 희생자 구제 규정은 ‘수익사업을 하거나 생업에 종사(취업 등)하는 자’에 대해서는 생계비 지급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전공노가 선거 출마자들에 생계비를 지원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자금법 31조는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법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성호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공노) 사무국장은 “정치활동을 하는 해직 노조 간부는 당연히 그 활동 기간 중 규약을 떠나 생계비를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러나 전공노는 조합원들이 낸 피 같은 조합비로 해직자들의 지방선거 출마라는 방식을 통해 민노총이 지지하는 정당을 우회 지원·비호할 수 있는 근거를 급조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민주노총 및 전공노 지지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한 C씨의 경우 2014년에도 출마해 생계비를 받았다. 원공노는 C씨가 두 차례 선거에 출마하는 동안 받은 생계비를 1억5000만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2012년 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이 확인된 다른 후보들까지 감안하면 전공노 해직자 7명이 정치활동 기간 중 수령한 생계비는 최소 10억원이 넘는 다는 것이 원공노 주장이다.
"회계 전수조사로 투명성 높여야"
전공노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해직자 생계비 지급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전공노는 핵심 간부와 지역 본부장급 이상 간부만 참석하는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위원회 등을 통해 이 같은 의사결정을 했다.

문 국장은 “중요한 문제는 대부분 조합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데 있다”며 “조합 간부들과 선거 출마 후보들은 노동운동 선후배로 얽혀 있는 거대한 카르텔과 같은 조직”이라고 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낸 피같은 노조비로 조성된 해직자 생계비가 불법적인 정치활동에 얼마나 쓰였는지 해직자 13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수 간부들이 다수 조합원을 좌지우지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공노는 오는 6일 원주경찰서에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원공노는 2021년 8월 조합원 투표와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 소속 전공노에서 탈퇴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공노는 회계장부 공개와 관련된 증빙자료 제출을 끝까지 거부한 52개 노조 중 한 곳이다. 전공노는 지난 5월 3일 고용부의 회계 관련 현장조사 시도를 거부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19일부터 전공노가 해직자 생계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탈루한 의혹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공노는 3일부터 ‘윤석열 정권 퇴진’과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반대’ 등을 내걸고 시작된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에 동참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파업에 불법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공직자들도 올바른 국가관과 헌법관을 바탕으로 기득권의 저항과 싸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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