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쿠팡도…'뒷방'으로 물러나는 한국 창업자들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3-07-18 09:19   수정 2023-07-18 09:36


럭셔리 제국을 일군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는 은발이다. 은빛 머리카락을 강조하기 위해 검은 정장을 즐겨 입고, 사진을 찍을 때에도 배경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기업인이라기 보다는 아티스트에 가까운 이 같은 행위는 의도된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 등 LVMH의 75개 브랜드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브랜딩(branding) 전략의 중심 축이다. 마치 소비자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같은 선상에서 인식하는 것과 비슷하다.
창업자 PI는 브랜딩의 핵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의 충돌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주지수를 연마하는 스토리를 각자의 SNS에 올리는 모습은 마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웃통 벗고 곰사냥을 하는 사진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창출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현피(게임이나 인터넷에서 알게 돈 사람을 현실에서 직접 만나 싸움을 하는 행위)’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만든 스레드가 출시 5일만에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뉴스’만으로도 그들의 행위가 무엇을 의도한 것인 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머스크는 자타가 공인하는 PI(President Identity, 최고 의사 결정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등 정체성을 만드는 일련의 전략)의 고수다. 그는 언론이라는 전통적인 여론의 ‘게이트(문)’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한다. 일례로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대량 해고를 단행했는데, 대외 홍보 조직은 아예 통째로 없애버렸다.

브랜딩(branding)은 쉽게 말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말 풀이는 쉽지만, 실제 행위로 풀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마케팅이나 광고와 혼용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브랜딩에 대한 정의야 어찌됐건, 브랜딩의 최종 목표는 딱 하나다. 소비자의 뇌리에 ‘특별한 무언가’로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질투와 규제에 시달리는 한국의 혁신가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창업자는 가장 강력한 브랜딩의 도구다. 자신이 일군 기업을 창업자만큼 잘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모바일), 베르나르 아르노(명품), 일론 머스크(전기차), 마크 저커버그(메타버스) 같은 기업인은 그들의 이름이 곧 특정 산업군을 의미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국내에서만 파는 것으로 만족하는 기업이라면 굳이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에 돈을 쏟아부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로 영역을 넓히려면 치밀한 브랜딩 전략이 필수다. 일본의 소니는 내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설립 당시 사명인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를 버렸다. 1956년의 일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하늘이 두쪽 나도 변할 수 없는 숙명이다. 중국이 좇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가성비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나름의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과거의 호시절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글로벌 인지도를 구축하지 않고선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팔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얼마 전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배민을 떠났다.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의 김범수, 쿠팡의 김범석 등 내로라하는 한국의 혁신 기업 창업자들은 무슨 공식이라도 되는 듯 회사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CEO 직함을 내려놓고 뒷방으로 물러난다.

창업자가 무대 뒤로 숨는 건 성공한 기업인을 향한 세간의 질투와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지정 등 정부 규제 탓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도쿄 망명’ 생활까지 해야했던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를 보면서 한국의 혁신 창업자들은 어쩌면 자신의 미래를 투영한 것은 아닐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들어맞는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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