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北 해커가 세계대회 휩쓰는 이유

입력 2023-07-07 17:59   수정 2023-07-08 00:15

외교부가 지난 5월 암호화폐 해킹 등과 관련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기관에는 중등학교도 포함돼 있다. 북한의 특목고로 불리는 금성학원이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나온 이곳은 예술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최고 수재 학교로, 북한의 ‘사이버 전사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인터넷 사용층이 전체 인구의 1%밖에 안 되는데도 세계 3~5위 수준의 막강 해커군단을 보유하고 있다. 옛 동구 공산권 국가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키워내는 방식으로 해커를 양성한다. 일찌감치 유소년 시절부터 재목을 발굴해 특별 관리하면서 엘리트로 육성하는 것이다.

전국 초등학교(소학교)에서 뽑힌 수학·과학 영재들은 금성학원 컴퓨터반에서 최고 사양의 컴퓨터 등으로 최상급 교육을 받는다. 이곳 상위권 인재들이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과 북한 최고 이공계 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콤퓨터기술대학으로 진학해 해킹 능력을 키운다.

최고 실력파들은 인도로 유학도 보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2005년 한국은 북한에 소프트웨어 기술인재 양성 자금을 지원했는데, 이 돈으로 북한의 고급 IT 인력들이 인도에서 공부했다. 대북 지원금이 핵 개발은 물론 해커 양성에도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렇게 키워진 북한 젊은 해커의 실력은 세계 대회에서 입증되고 있다. 얼마 전 세계 1700여 명이 참가한 미국 IT 기업 주최 해킹대회에서 북한 김책공대 재학생이 800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일성대, 3~4위는 김책공대 등 1~4위를 북한 대학생이 휩쓸었다.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디렉티 주최로 세계 80여 개국 2만 명이 참가해 매달 열리는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 코드셰프에서 북한은 2013~2020년 18번이나 우승하기도 했다.

2020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해커 규모를 6800명으로 추정하나, 전문가들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정찰총국은 김수키·라자루스·안다리엘 같은 악명 높은 해커 그룹을 점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세계 금융회사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수조원의 돈을 털고, 한국의 원전 기술도 빼가고 있다. 이에 맞설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부 인원은 1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민관의 사이버 안보 능력을 통합할 사이버컨트롤타워 관련 법안은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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