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한테 안돼"…'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신경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07-10 10:27   수정 2023-07-10 11:07



하반기 채용시즌을 앞두고 한국 주요대학 공대생들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사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상호 이직도 활발하다. 그만큼 서로를 꿰고 있고 반도체 기술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요즘엔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도 이 신경전에 가세했다. SK하이닉스는 기관투자가를 모아놓고 HBM 홍보전에 나서며 맞불을 놓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12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기업설명회(IR)를 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과 국내외 주요 증권사 등 관계자 30~40명을 초청한다. 하지만 이번 기업설명회는 종전과 달리 상당 시간을 자사의 HBM 기술력과 납품 진행 등에 할애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HBM 기술직 임원 1~2명이 이번 IR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기관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기술세미나를 진행한다고 알려왔다"며 "반도체 업계의 상당한 관심을 끄는 HBM 기술력을 홍보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이례적으로 기술세미나를 여는 것은 HBM이 '실적 반등의 열쇠'로 통하기 때문이다. HBM은 D램을 쌓은 뒤 1024개의 구멍(데이터 통로)을 뚫어 연결한 제품이다. D램을 많이 쌓은 만큼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큰 데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배 이상 높아졌다. HBM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에 주로 들어가는 제품으로 최근 수요가 몰리고 있다. 제품 가격은 일반 D램보다 5배 이상 비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 각각 8조8000억원, 6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실적 반등이 HBM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서버 수요가 늘면서 올해 HBM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60%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3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HBM 시장은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가 우위를 보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의 지난해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데 이어 HBM 4세대 제품인 8단 적층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HBM3는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에나 HBM3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은 12단 적층 HBM 개발에도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을 주로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H100에 SK하이닉스 HBM 제품을 탑재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AMD는 최근 공개한 GPU ‘MI300X’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동시에 HBM을 납품받고 있다.

일각에서 SK하이닉스보다 HBM 기술력이 밀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전자는 발끈했다. 경계현 사장은 이달 5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위톡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HBM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삼성전자 HBM 기술력이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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