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1주일간 미국 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선두권 제약사와 작년 연간 수주에 버금가는 1조7000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따냈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로 한 바이오·제약 계열사들이 설립 10여 년 만에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만큼 먼지뿐만 아니라 세균, 바이러스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해 공장을 짓는 것이 다른 산업보다 어렵다”며 “보통 공장 한 곳을 짓는 데 4년 이상 걸리지만 삼성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2년으로 단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이렇게 갖춘 넉넉한 생산능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믿고 맡기는 비결이 됐다.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60만4000L로 세계 1위다. 2025년 4월 송도 5공장이 완성되면 생산능력은 78만4000L로 늘어난다. 2위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49만L)을 압도하게 된다.
이 회장의 확고한 의지도 비결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북미 판매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성패를 가른다”며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영권 승계 및 분식회계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본업과는 무관한 이슈로 오랜 기간 사업 리스크를 떠안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제적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했다. 2021년 취임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도 지난해 업계 최초 매출 3조원 시대를 열며 ‘제2의 도약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쟁사의 수주가 줄어든 것도 일부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관건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경쟁력 확보 여부다.
최근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가 정식으로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가운데, 향후 커질 치매 치료 신약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기회가 많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분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미국 출시도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하드리마 처방 실적과 함께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간 24조원 규모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설립 10여 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세계 최고 수준의 CMO 업체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로 키운 것은 바이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오너 경영인의 발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없인 불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삼성이 머지않은 시점에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매수 시점에 큰 M&A나 기술 도입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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