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스타트업, 다시 날아오르려면

입력 2023-07-11 17:40   수정 2023-07-12 00:15

“저희는 런웨이 2년이요.”

요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단어가 런웨이(runway)다. 비행기 활주로를 뜻하는 그 단어 맞다. 스타트업계 용어로 투자 유치 없이 현재 가진 자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런웨이를 산출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현재 보유한 현금 잔액을 매월 들어가는 비용으로 나누면 된다. 활주로가 끝나기 전 비행기가 반드시 이륙해야 하듯 스타트업도 보유 현금이 소진되기 전 다음 투자를 받아야 한다. 양력과 추진력이 부족해 활주로에서 날아오르지 못하는 비행기는 재앙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성장보다 생존이 우선"
생존 문제와 직결된 런웨이가 언급된다는 건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싼 현재의 여건이 지난하다는 방증이다. 경기 위축과 고금리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은 1년 넘게 혹한기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회사 더브이씨에 따르면 상반기(1~6월) 벤처 투자 유치액은 2조81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조9994억원)보다 72% 급감했다. 신규 투자 건수도 같은 기간 1177건에서 547건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상반기에 이뤄진 시드(초기)부터 시리즈A 단계 투자는 총 443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건당 투자액 역시 29억3000만원에서 25억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시리즈B 이후 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6% 줄었다.

비상시기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업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이름 좀 날렸던 테헤란로 주변 스타트업의 폐업 소식이 들려오고, 다음엔 어느 업체가 고꾸라질 거란 흉흉한 얘기도 나돈다. 생존이 화두가 된 상황이다.
'생명수' 모태펀드 확대해야
대다수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를 생명줄로 삼는다. 시장 위축으로 제때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업체는 기술·서비스 고도화와 스케일업 단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적정 밸류에이션 산정이 어려워지고, 떨어진 기업가치를 언젠가 다시 인정받게 될 것이란 희망 고문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스타트업의 잇따른 실패는 잠재적인 혁신 좌초로 이어져 국가 전체 산업생태계에 유무형의 손실을 남긴다.

물론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금력과 시장성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의 성장 초기에는 정책자금을 집중 지원해 생명의 싹을 틔워주는 게 맞다.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 출자예산 확대 검토가 시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은 작년(5200억원) 대비 40% 감소한 3135억원에 그쳤다. 모태펀드는 소모성 예산과 달리 투자 수익을 더해 회수할 수 있는 데다 한껏 움츠린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런웨이에 올라 달리고 있다. ‘제로 투 원(zero to one)’ 상징인 스타트업의 도전정신이 사라진 산업 생태계는 활력을 잃는다. 혁신과 패기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차례차례 활주로를 떠나 이륙하도록 돕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으로 정한 경제활력 제고·체질 개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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