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의 'M&A 시계'가 느리게 흘러가게 된 이유

입력 2023-07-12 16:34   수정 2023-07-13 11:45

이 기사는 07월 12일 16: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동원그룹의 'M&A 시계'가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야심차게 그룹의 새 먹거리를 찾아나선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행보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제동을 걸면서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올 들어 추진하던 M&A 작업 중 일부를 잠정 중단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동원산업은 올 초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난 2월 단독 실사권을 받았지만 한 달여 만에 인수 의사를 접었다.

한국맥도날드 인수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다. 동원산업은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실사를 진행하고, 가격과 운영방식 등에 대한 실무 협상까지 진행했지만 지난 4월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업계에선 인수 가격과 운영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입장에선 '참치버거'와 같은 신메뉴를 만들어 그룹 내 계열사와 맥도날드의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맥도날드 글로벌 본사의 규정이 워낙 깐깐한 탓에 이런 협업이 불가능해 딜이 깨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동원그룹의 보령바이오파마와 맥도날드 인수가 무산된 배경에는 이런 실무적인 이유도 있지만 김 명예회장의 불편한 심기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명예회장은 아들인 김 부회장이 추진하는 M&A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명예회장의 주문에 동원그룹의 M&A 작업은 동력을 잃은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명예회장 의견이 전달되자마자 동원그룹 M&A 담당 실무진과 갑자기 연락이 두절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2019년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경영일선에 물러났지만 여전히 사옥으로 출근하며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이 동원산업의 지분 43.15%를 가진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아직 아버지인 김 명예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 부회장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은 뒤 경영 일선에 나서 본인의 전공을 살려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알루미늄 포장재업체인 대한은박지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산업용 특수필름업체 한진피앤씨, 2014년 포장재 업체 기업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하며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했다.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동원산업으로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김 부회장은 올 들어 적극적인 M&A를 추진했으나 아버지의 만류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다만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용한 소수 지분 투자는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동원F&B와 동원산업은 지난달 동원그룹의 CVC 동원기술투자가 운용하는 '동원 신성장 1호 조합'에 각각 180억원과 90억원을 출자했다. 동원 신성장 1호 조합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해 동원그룹의 기존 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전략적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최근 두 건의 M&A가 무산된 건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며 "현재도 그룹 차원에서 여러 건의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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