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인구소멸 시대 거부한 신안 '퍼플섬'의 컬러 마케팅

입력 2023-07-12 18:28   수정 2023-07-13 00:12

컬러 마케팅 활동을 통해 지역을 알리려고 시도하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컬러 마케팅이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색상을 활용해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려는 마케팅 기법이다. 색깔이 사람들의 감정이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관점이 컬러 마케팅을 뒷받침하는 기본 논리다. 1920년대 미국에서 판매되던 만년필은 검은색이었는데, 파커(Parker)사는 빨간색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적색 만년필을 출시했다. 이것이 컬러 마케팅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지자체의 컬러 마케팅 활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보라색을 활용한 전남 신안군의 ‘퍼플(purple)섬’ 사례다. 신안군은 반월도와 박지도에 자생하는 도라지 군락지의 보랏빛 특성에 주목해 보랏빛 섬을 조성하고, 반월도와 박지도를 묶어 퍼플섬이라고 명명했다. 2019년 천사대교가 개통된 이후 다리, 해안도로, 가로등, 지붕, 자동차, 파라솔, 건물 벽, 옷, 앞치마, 공중전화, 식기, 커피잔에 이르기까지 섬 전체를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아스타국화와 자목련을 심고 라벤더 군락지도 조성했다. 라벤더, 자목련, 보랏빛 순무 등 온통 보랏빛으로 섬 곳곳이 장관을 이뤄 퍼플섬은 보랏빛 천국이 되었다.


두리~박지 구간의 547m와 박지~반월 구간의 915m를 합쳐 모두 1462m의 보랏빛 다리인 퍼플교를 비롯해 섬 전체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렇게 해서 반월도와 박지도라는 작은 섬에 세계가 감탄할 만한 보랏빛 성지가 조성됐다. 번잡한 일상사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은 퍼플섬의 보랏빛 풍광을 보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직면한 이 동네를 보랏빛 컬러 마케팅이 활기찬 섬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관광지라고 말할 수 없던 평범한 섬이 보랏빛으로 물들자, 퍼플섬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떠올라 국내외에서 놀라운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언론사인 CNN과 폭스뉴스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들은 컬러 마케팅 활동으로 달라진 퍼플섬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021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에서는 퍼플섬을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했다. 세계 75개국의 170개 마을과 경쟁한 끝에 퍼플섬이 최고 성적인 1등급에 선정됐는데, 이는 컬러 마케팅의 성과를 국제기구에서 공인했다는 의미다.

신안군은 퍼플섬 이외에도 12개 지구, 34개 마을의 특성에 맞춰 컬러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마을별로 지붕에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 군청색 등을 칠해 색깔이 그 마을의 고유함을 나타내도록 했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이 0.78명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인구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지역 붕괴 위기에도 처해 있다. 이 난제를 해결하려고 색(色)으로 색다르게 접근한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 사례는 인구소멸 문제로 고민하는 전국의 지자체에 깊은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퍼플섬은 인구소멸 시대를 거부한 사례다. 색깔은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암시하는 동시에 지역성과 생활상을 상징한다. 색깔이 어떻게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컬러 마케팅을 전개할 방안을 더욱 현실적인 맥락에서 검토해야 한다.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퍼플섬의 매력에 사람들이 푹 빠졌듯이, 각 지자체의 특성에 적합한 색깔을 선정해 지역 브랜드를 알리는 강력한 시각적 도구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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