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뿌리엔 상실감…어두운 영화도 위로가 될 수 있죠"

입력 2023-07-13 18:37   수정 2023-07-13 23:40


황혜인 감독(오른쪽)의 단편영화 ‘홀’은 방바닥에 뚫려있는 맨홀 구멍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지난 5월 말 열린 제76회 칸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단편 작품을 소개하는 라시네프 부문 2위에 올랐다. ‘홀’을 연출한 황 감독은 “불안과 쓸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황 감독과 주연 정미 역의 임채영 배우(왼쪽)를 만났다.
○“불편한 영화로 어두운 감정 위로”
황 감독에게 영화란 ‘불안’에서 시작된 도전이었다. 그는 영화공모전에 번번이 떨어지고, 혼자 습작하면서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학교에 가기로 결정한다. 황 감독은 “일단 단편 작품 하나부터 완성하자는 생각으로 학교에 들어갔다”고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한 황 감독은 ‘나의 침묵’ ‘준이’ ‘-196℃’ 그리고 졸업 작품 ‘홀’을 연출했다. 그의 작품들은 일상적인 장소 속 기묘한 상황을 그린다. 방바닥에 맨홀 구멍이 뚫려있기도 하고, 냉동고에 시체가 들어있기도 하다. 편안해야 할 장소에서 불편한 일을 겪는 인물의 불안이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가 ‘불안한’ 영화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황 감독은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 불안이 나에게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홀(구멍)은 불안의 뿌리에 있는 상실감을 뜻한다”며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 느끼는 쓸쓸함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앞으로도 어두운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칸영화제에서 만난 세계 관객의 평가가 한국에서 받은 평가와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작품 속 불안이 보편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고 느꼈다”며 “관객이 공감하고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연기는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일”
임채영 씨가 배우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학창 시절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방송연예과를 선택했다. 우연히 들어선 길이었지만 그는 새로운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드는 매력에 빠졌다. ‘아메리카 타운’ ‘즐거운 집들이’ 등 공포, 드라마, 코미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극단 ‘온’의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도 서고 있다.

그에게 연기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감독이 작품 세계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속에서 자신은 어떤 인물이 돼야 할지 탐구한다고. 임 배우는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며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정미를 연기하면서도 ‘홀’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임 배우는 “정미는 자신의 ‘구멍’을 직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이라며 “그 노력이 가로막혀도 나아가는 모습에서 자신의 마음속 구멍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다. 임 배우는 “연기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며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구교범 기자/사진=이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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