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한국은 이 비율이 77.3%로 주요국 중 14위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103.0%로 GDP 규모를 초과했고, 2021년엔 105.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이후 주요 선진국은 부채를 축소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보여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경우 한국은 2021년 12.8%에서 지난해 13.6%로 0.8%포인트 높아졌다. DSR 수준과 증가 폭 모두 주요 17개국 중 호주(13.5%→14.7%로 1.2%포인트 증가)에 이어 2위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한국의 DSR 증가폭은 1.4%포인트로, 17개국 중 가장 컸다. 2위 스웨덴(0.6%포인트)의 두 배 수준이다. 17개국 평균은 -0.3%포인트다. 즉 대부분 국가는 코로나19 이후 가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었지만 한국은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장기적으로 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봤다. 단기적으론 대출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가계의 빚 부담 증가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은 한국은 가계빚이 이미 성장률을 훼손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가계부채가 GDP를 추월했다가 부채를 줄이는 데 성공한 유럽 국가도 부채 축소는 장기간 완만하게 이뤄졌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약 18년 만에 가계부채 비율이 100% 아래로 낮아졌다. 아일랜드와 노르웨이는 약 5년 만에 벗어났다. 반면 스위스는 23년째, 호주는 17년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거시건전성 강화를 제안했다. DSR은 ‘적용 예외’를 축소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전세 대출과 중도금 대출, 일정 금액 이하 대출은 DSR 산정 때 배제하는데, 점진적으로 이런 예외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GDP 대비 80%까지 내리는 것이 좋다”며 “금리정책과 부동산담보대출 제도 변화 등을 정부와 이야기하면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