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란 무엇인가'… 여든 넘어선 원로 작가 4인의 대답

입력 2023-07-20 09:44   수정 2023-07-20 12:58

자연과 예술은 어떤 관계인가. 이때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내려왔다. ‘예술은 인위적인 것이니 자연과 정 반대 개념’이라는 그리스 시대의 해석부터 ‘예술은 자연에서 왔다’(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주장까지, 수많은 답이 존재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우환(87)과 윤명로(87), 박석원(81)과 심문섭(80)의 4인전 ‘시원(始原)을 향하여’는 이 질문에 한국 미술계 원로들이 각자 내놓은 답안지다.

박석원의 작품이 나와있는 1전시장 전경.

“조각은 자르고 합친 자연이다.”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원로 조각가 박석원은 1전시장에서 1985년작 ‘적(積)’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박석원은 인위적인 가공을 최대한 피하고 자연 재료 그대로의 성질을 살린다. “돌은 돌 그 자체로 봐야한다”가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박석원의 작품을 두고 평론가들은 ‘원초적 자연과의 만남’이라고 표현한다.

박석원의 평면 작업.
가나아트는 “박석원 작업의 핵심인 절단과 결합의 반복은 자연물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인간의 개입을 절제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일종의 수행”이라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적’ 시리즈 외에도 같은 주제의식을 가진 ‘적의’ 평면 작업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심문섭의 회화.

2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심문섭(80)의 답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조금 더 허용한다. “자연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조금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주 약간만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게 조각가의 역할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나무, 흙, 철 등을 그대로 전시하며 이를 인위적인 조각에 반대되는 ‘반(反) 조각’이라고 불러왔다. 2000년대부터 심문섭이 매진하고 있는 그림에도 같은 사상이 반영돼 있다. 유성물감을 밑칠한 캔버스 위에 수성물감으로 붓질을 반복해 두 종류의 물감이 반발하며 물감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최근 몇 년새 시장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이우환의 '관계항'.

3전시장에서는 이우환과 윤명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우환은 가로 5m 넘는 대작 ‘관계항’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만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윤명로는 고요하고 여유로운 자연의 정취를 표현한 ‘겸재예찬’을 통해 “그림과 정신, 삶과 자연은 모두 본질이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에서는 조선백자(분청사기)에서 사용하던 산화철을 이용해 무작위로 그은 흑갈색의 필선들이 자연의 본질을 드러낸다.

윤명로의 '겸재 예찬'.

작가들의 ‘이름값’이 대단한 만큼, 이번 전시는 1970년대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8월 20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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