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1300억원 배상'에 불복…정부, 국제판정 취소소송 제기

입력 2023-07-18 18:26   수정 2023-07-19 01:13

정부가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정이 나온 지 28일 만에 다시 법리 다툼에 뛰어들었지만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법무부는 18일 엘리엇에 손해배상금 5358만달러(약 675억원)와 엘리엇 측 법률비용 2890만달러(약 364억원) 등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중재지인 영국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정부가 2015년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압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됨으로써 손실을 봤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배상을 판정했다.

정부는 삼성물산의 소수 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또 다른 소수 주주인 엘리엇 투자에 어떤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을 제기할 수 없다고 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 엘리엇은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중재 판정은 소수 주주(국민연금)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엘리엇)에게 어떤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상법상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규정한 것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봤다. 한·미 FTA에선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개념을 근거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의결권 행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데 대해선 “중재 판정과 궤를 달리한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은 “정부의 압력 행사가 국민연금에 피해를 준 것이 인정됐다고 다른 소수 주주 입장까지 생각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소소송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세계에서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걸어 성공한 사례가 적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전체의 10%대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도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의 계약금 몰취에 대해 이란 다야니 일가에 약 730억원을 지급하란 중재 판정에 불복해 2018년 7월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지만 2019년 12월 패소했다.

한 국제중재 전문변호사는 “모호한 판정 내용에 대해 다퉈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취소소송은 분명 의미 있다”면서도 “그동안 선례에 비춰 보면 승소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성/권용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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