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에어컨 사용 늘어…천연가스 하루 새 5% 폭등

입력 2023-07-21 18:29   수정 2023-08-20 00:01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가 살인적인 더위에 시달리면서 에어컨 사용을 늘린 결과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만에 5% 넘게 올랐다. 쌀 가격도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은 인도가 쌀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우크라이나전쟁 등 국지적 위기보다 더 큰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속된 더위로 천연가스 가격 올라”

2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 선물은 5.65% 오른 MMbtu당 2.7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11일 이후 열흘 만의 최고치다.

이는 세계가 지난해보다 더운 여름을 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기상학자들은 미국 본토 48개 주가 다음달 3일까지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측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미국 가스 수요는 이번주 108.1bcfd(하루 10억 세제곱피트)에서 108.6bcfd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시장분석가는 “계속된 더위에다 비수기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올여름 천연가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델라라 네덜란드 라보방크 수석에너지전략가는 “폭염이 8월까지 지속되면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3달러까지 오른 뒤 겨울엔 2.25~2.85달러 사이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여름 평균 가격을 2.75달러, 골드만삭스는 2.90달러로 예상했다.

인도 정부가 수출 통제 소식을 발표하면서 쌀 가격도 급등 조짐을 보였다. 이날 쌀 선물은 1.47% 오른 백중(50.8㎏)당 15.79달러에 거래됐다.

세계 쌀 수출량의 40%를 담당하는 인도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네팔 등 140여 개국에 쌀을 수출한다. 인도가 쌀 수출 절반을 금지하면 글로벌 쌀 수출량의 약 5분의 1이 줄어드는 셈이다. 국제신용보험사 코페이스의 이브 바레 아시아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쌀 시장의 공급량 급감에 패닉바잉(공황 구매)과 투기 수요가 더해지며 가격 상승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설탕은 1주일 만에 2.75% 오른 파운드당 24.67달러에 거래됐다. 세계 설탕 수출 2위국인 인도의 중서부가 전년보다 강수량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가뭄을 겪으면서다. 대두(콩) 선물은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에 가뭄이 들며 이달 들어 4.88% 오른 부셸당 1495달러에 거래됐다.
○동시다발 기후위기에 공급망 ‘흔들’
기후위기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전쟁 발발로 인한 충격과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후위기 범정부협의체(IPCC)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두 개 이상의 기후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복합 사건’으로 정의하며 “이는 개별 사건의 합계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위기로 공급망이 동시다발로 무너지면 원자재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밀 가격은 급등했으나, 수개월 뒤 진정세를 보였다.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풍작을 이뤄 부족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앞에서는 이런 상호 보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쌀 수출 1위인 인도가 홍수 피해를 겪는 동안 2·3위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은 가뭄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리슈나 라오 인도쌀수출협회 회장은 “인도의 쌀 수출 제한 정책이 세계 쌀 시장에 미칠 충격은 우크라이나전쟁이 밀 시장에 가한 충격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인 데다 태국과 베트남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아프리카 바이어들이 큰 고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엽/노유정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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