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도 페미? 이 언니들 제대로 노네 [영화 리뷰+]

입력 2023-07-24 06:44   수정 2023-07-24 06:45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가 그 뜻이 아님에도, 여성 캐릭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끄는 영화라면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이 있다. '이 영화, 페미(니즘)야?'

이들의 기준대로라면 영화 '밀수'는 '페미'가 맞다. 의리로 똘똘 뭉쳐 이제껏 보여준 적 없던 수중 액션을 선보인 해녀들 뿐 아니라 군천을 휘어잡은 다방 마담까지 지금껏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 중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흘러간 작품이 있을까 싶은 정도다.

'밀수'는 1970년대 서해안의 가상 해안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한다. 물질로 먹고사는 해녀들은 인근 화학 공장에서 내보내는 오염수 대문에 전복도, 조개도 썩어가면서 당장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를 보는 마음 따뜻하고 양심 있는 선장(최종원 분)도, 그의 맏딸이자 해녀들의 리더인 엄진숙(염정아 분)도 마음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해녀들에게 '브로커(김원해 분) 삼촌'으로 불리는 밀수업자가 등장하고, 선장에게 "먹고 살기 힘든데, 바다에서 끌어올리는 건 똑같지 않냐"면서 바닷속에 던져진 밀수 물품을 건져줄 것을 제안한다.

업종 변경으로 이들은 풍족해지지만, 선장이 '마지막'이라고 마음먹었던 금괴 밀수가 세관에 발각되면서 위기는 찾아온다. '밀수'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선장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엄진숙과 친자매처럼 지냈던 조춘자(김혜수 분)가 다시 군천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오해와 갈등, 화합과 연대, 그리고 성장이 조춘자와 엄진숙을 중심으로 한 해녀들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면, '월남에서 돌아온' 전설적인 밀수업자 권 상사(조인성 분), 검거율 100% 꼿꼿한 세관 이장춘(김종수 분), 어리바리한 막내에서 불량한 건달이 된 장도리(박정민 분)까지 남성 캐릭터들은 이들의 대척점에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누아르 영화를 옮겨 놓은 듯한 액션신, 1970년대와 바닷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볼거리가 선보여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해녀들을 활용한 수중 액션 장면은 이제껏 본 적 없던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해양범죄 활극'이라 할만하다.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것도 즐거움을 안긴다.

다리를 벌리고 칼을 갈며 껌을 씹는 조춘자를 연기하는 김혜수의 모습은 '타짜'의 정마담이 다리를 벌리고 도박판을 벌이는 것과 또 다른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예쁘고, 웃기고, 귀엽기까지 한 고옥분을 100% 이상 살려낸 고민시와 순박한 야망남에서 비열한 야망남이 된 장도리의 박정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돋보였던 인물은 이름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는 권 상사의 조인성이었다. 김혜수는 "출연만으로 감사했다"고 말했지만, 조인성은 크지 않은 분량임에도 왜 '밀수'에 출연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잔혹한 액션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음악감독을 맡은 가수 장기하가 선곡한 70년대 노래들이 적재적소에 삽입돼 귀까지 즐겁게 만든다. 음향의 질감을 이용해 육지와 바다, 허밍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구분하며 장면을 전환하는 연출 방식도 흥미를 더한다. 러닝타임 129분. 26일 개봉.

한 줄 평: 군천 남자들 다 홀린 마담이 반한 건 해녀 언니들이었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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