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이 안 팔린다"…돌아선 中 여심에 '승부수'

입력 2023-07-27 21:00   수정 2023-07-28 06:59

K뷰티 대표주자들이 지난 2분기에도 증권가 예상에 못 미친 성적을 내놨다. 중국 화장품 시장 회복이 더뎌 국내 면세 산업의 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강화되는 있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LG생활건강, 2분기 영업익 27% 감소…화장품 역성장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화장품 사업 부진 여파로 역성장했다.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7% 줄었다.

LG생건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57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7.1% 감소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 추정치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생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83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 23.5% 감소한 1조8077억원, 96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5%, 24.9% 감소해 실적 발목을 잡았다. 원가 상승과 고정비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북미사업 구조조정과 지난달 희망퇴직 등 관련 비용이 반영되면서 이익도 감소했다. 전사 매출에서 29%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은 4.9% 늘어난 525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화장품 사업 담당인 뷰티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5%, 24.9% 감소한 7805억원, 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소비 회복 지연으로 해당 시장과 국내 면세사업 매출이 감소한 탓이 컸다. 또한 주요 라인 리뉴얼 등 사업 효율화 관련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LG생건은 전했다. 사업부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10.9%에서 9%로 하락했다.

2분기 HDB(생활용품) 사업 영업이익도 반토막났다. 2분기 매출은 0.5% 늘어난 5460억원, 영업이익은 53.6% 급감한 276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원가 및 고정비 부담이 지속됐고, 사업 효율화 관련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음료사업인 리프레시먼트 사업 매출은 3.2% 늘어난 481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5% 감소한 60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분기 실적에는 인력 구조 효율화에 따른 일회성 비용 역시 반영됐다. LG생건은 지난달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LG생건은 "원가와 고정비 부담, 인력 구조 효율화와 북미 사업 구조조정 관련 비경상 비용 반영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북미 매출 두 배로 뛰었지만…면세 부진 이어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역시 증권가 예상치에 큰 폭으로 미달한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중국시장 수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면세 매출 부진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영향으로 이익 개선이 더디게 이뤄진 모양새다. 그러나 비중국 지역에서 활로를 찾는 기조가 이어져 북미 지역과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호조가 두드러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추정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분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117억원에 그쳐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기준 579억원)를 밑돌았다.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0.4% 늘어난 1조308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서 296억원을 기록했다.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한 59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377억원)를 밑돈 점은 같았다. 2분기 순이익은 193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유사한 945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사업 매출이 5550억원으로 11.6% 감소했다. 매출에서 20%를 차지하는 면세 매출 부진 여파가 컸다. '설화수', '헤라' 등이 포진한 럭셔리 브랜드 상품군 매출이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비 영향으로 12% 줄었다. '라네즈', '한율' 등이 속한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 매출은 면세 및 해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매출 축소 여파로 24% 감소했다. '일리윤', '라보에이치' 등이 선전한 데일리 뷰티 부문은 수익성이 개선되며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해외사업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27.5% 늘어난 37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규모는 지난해 2분기 432억원에서 327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북미 지역과 EMEA 지역 매출이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북미에서는 설화수와 라네즈 등 핵심 브랜드가 성장을 견인하며 매출이 105% 늘었다. EMEA 매출은 123% 급증했고, 아시아 매출 역시 14%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대부분의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시장에서도 매출이 20% 성장했고, 고객 저변을 확대 중인 일본 시장도 매출이 크게 증가해 기대감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중국 여심 바뀌었다…비중국 중요도 커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브랜드 리브랜딩과 새로운 라인 확충, 신규 모델 기용 등의 변화를 줘 내실 강화에 돌입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지난해 9월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기용한 데 이어 올해 3월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을 추가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후'의 신규 안티에이징 라인인 '로얄 레지나'를 선보이며 해당 라인에 한해 기존 광고모델 이영애 대신 배우 안소희에게 모델을 맡겼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브랜드 '숨37°'의 모델을 3년 만에 전지현에서 수지로 교체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더딘 회복과 현지 소비자의 충성도 약화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현지의 비경기 회복 수준이 예상에 못 미친데다 젊은 소비자 사이 자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현상이 일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에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화장품 브랜드 선호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관세청격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자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수입화장품 수입액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18년 선두권이던 화장품 수입국가 순위가 현 추세대로라면 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향후 미국, 일본, 유럽 등 비중국 지역의 중요도가 한층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 하반기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등이 있는 만큼 관련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쇼핑 행사가 많다는 점에 비춰 하반기에도 아모레퍼시픽 북미법인은 매출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비중국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매출 증가는 밸류에이션(실적 주가 수준) 회복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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