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여도 괜찮아"…화해·식신·삼쩜삼의 'BM특례상장' 뭐길래 [긱스]

입력 2023-08-08 09:58   수정 2023-08-08 10:10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버드뷰(화해), 식신, 자비스앤빌런스(삼쩜삼), 크라우드웍스.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공통점은 기술평가 특례상장 중 '사업모델(BM) 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회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실적 기준 아직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하고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보통 특례상장이라고 하면 특정 기술제품을 바탕으로 한 기술성 특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플랫폼이나 지식재산권(IP) 스타트업의 경우 특정한 기술보다는 독창적인 사업모델과 경영 역량, 외부 기술 적용 능력 등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린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은 기업이 이같은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아서 상장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널리 활용돼온 방식은 아니지만 올해 이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증시 입성에 성공할 경우 IPO를 계획 중인 다른 스타트업들에 새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반대로 상장에 실패하거나 증시 입성 후에도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BM특례 상장한다는 스타트업들
뷰티 플랫폼 '화해'를 운영하는 뷰티테크 스타트업 버드뷰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사업모델 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대신밸런스제14호스팩'이란 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해 하반기 중 코스닥 입성이 목표다.

화해는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을 피부 유형별로 나눠 유해성 여부 등을 알려주면서 입소문을 탔다. 앱 다운로드 수 1100만건을 넘긴 이 서비스는 화장품 성분 데이터에 고객 사용기를 얹어 개인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 선택에 도움을 준다. 전문용어로 가득한 화장품 성분을 일반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로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접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본인도 후기를 올려야 하는 일종의 '품앗이' 시스템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버드뷰 매출은 396억원, 영업적자는 187억원이다. 적자 기업인만큼 실적이 중요한 일반 상장 대신 사업모델 특례상장을 선택했다. 지난 3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버드뷰는 올해부터 영업손실 폭을 줄여 2025년 흑자전환하겠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스팩합병 후 시가총액은 1480억원으로 책정됐다.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 기업 크라우드웍스도 지난 4월 코스닥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하고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AI 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주는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회사다. 네이버, 삼성, LG, 현대차, SK 등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내부에서 직접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1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2017년 설립 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약 68억원, 영업이익은 약 10억원으로 분기 기준 첫 흑자를 기록했다. 상장 후 코스닥 시장의 대표적인 AI 관련주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 플랫폼 식신은 모바일 식권 성장세에 힘입어 푸드테크 업계 최초로 사업모델 기반 코스닥 특례상장에 도전한다.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모듈형으로 설계한 시스템, 보안을 위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등 기술력을 공인받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 직장인 약 1900만 명의 점심식사 비용만 30조원. 이 중 절반인 15조원 정도는 회사가 식대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식권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는 게 식신 측 설명이다.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햇수로 9년째 운영 중인 식신의 ‘식신e식권’은 자사 맛집정보 서비스 데이터와 지역 영업, 제휴 마케팅 등을 통해 성장했다. 회사에 따르면 식신e식권은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월간 손익분기점(BEP)를 넘었다. 한번 도입하면 지속적인 매출이 유지되는 서비스 특성상 올 하반기도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식신e식권의 5월 거래액은 약 120억원으로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금액이라고 회사는 자신감을 보였다.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을 추진한다. 지난해 3월 투자 유치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300억원이었다. 창업 초기 자비스앤빌런즈는 일반 기업 대상으로 세무·경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사업을 영위했었다. 이후 2020년 종합소득세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출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AI를 활용한 플랫폼 운영능력을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모델 경쟁력, 시장 성장성 따진다
그동안 사업모델 특례를 이용해 상장한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2017년 제도 도입 후 단 7개 기업만 지금까지 이 제도를 활용해 상장했다. 자기자본 10억원, 시가총액 90억원이라는 기본조건 충족 후 전문평가기관 두 곳의 기술평가 결과로 A 및 BBB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기술력 평가가 어려운 대신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에 적절하다. 재무제표 등을 까다롭게 보는 일반상장 대신 다른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해 사업모델에서 혁신성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상장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기술성 특례상장이 특정 기술의 완성도와 기술재품의 시장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사업모델 특례는 사업모델의 경쟁력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 기업이 가진 다양한 자원과 인프라 등을 살핀다.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한 특정 기술이 없더라도 외부 기술을 끌어오고 비즈니스모델에 적용하는 능력, 인프라 구축과 기업 경영 역량 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성 특례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플랫폼과 IP스타트업들이 사업모델 특례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IPO선배들 성과는 '미지근'
사업모델 특례상장의 첫 케이스는 2019년 7월 코스닥에 입성한 플리토다. 플리토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번역 엔진과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의 유저가 사용하는 통합 언어 플랫폼을 구축했다. 상장 당시 플리토는 빅데이터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경쟁력을 인정받은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로 주목받았다. 번역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이를 활용한 언어 데이터 판매라는 사업 모델로 당시 383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기대했던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당초 2020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플리토 영업손실은 65억원이다. 코로나19로 고객사 미팅에 차질이 생겼고, 여행과 물류가 급감하면서 번역시장에도 악영향이 있었다. 미국과 유럽 법인 설립도 미뤄졌다. 주가 역시 지지부진했다. 다만 최근 AI열풍으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공모가 2만6000원으로 상장한 플리토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4일 장중 1만83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지만 챗GPT 열풍이 불면서 3만2000원대까지 올랐다.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주목을 받고 2019년 10월 사업 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에 나섰던 캐리소프트 역시 상장 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상장 당시 2021년 매출을 301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매출은 67억 원에 그쳤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중국사업이 어려워지고 키즈카페 등 사업이 타격을 받았다. 당시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캐리소프트의 연결 기준 매출액이 2019년 134억원, 2020년 208억원, 2021년 3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론 이에 미치지 못했다. 캐리소프트는 최근 교육 관련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으로 2021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다섯번째 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 주가역시 지지부진하다. 27일 기준 시가총액은 470억원으로 상장 당시 밸류(1222억원)보다 낮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제공되는 디지털 헬스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제 서비스를 선보인 회사로, 디지털 치료제 기업이 상장했던 건 당시 국내 최초라 관심을 받았다. 현재 라이프시맨틱스는 원격의료 관련주로 꼽히는데 정책 방향에 따라 주가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성공 케이스 나올까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한 회사들이 아직 충분한 성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특례상장 기업들에 그리 우호적이진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의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설사 독창적인 사업모델을 갖췄더라도 이 모델의 경쟁력을 실제로 평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 사업모델 상장을 추진하는 스타트업 중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IPO에 성공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 나온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경쟁력도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는 얘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후 기업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는 사례들이 나와야 앞으로 새롭게 나올 다른 특례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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