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28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자가 다음달 정식 취임하면 공영방송 개혁이 본격화하고 정부의 방송 관련 정책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네트워킹,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분야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및 홍보수석을 지냈고, 윤 대통령 취임 후에는 대외협력특보로 일해왔다.
이 후보자는 “세계 각국이 글로벌 미디어 전쟁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며 “과감한 규제혁신, 정책지원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산업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NHK 국제방송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하고, 넷플릭스 같은 거대 콘텐츠 유통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이 방향에는 진보, 보수,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과제에는 방송사업 허가·승인·등록제도, 소유·겸영 및 광고·편성 규제 등 미디어 산업 전반의 낡은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후보자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골몰하고 있다”며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 및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공영방송의 편파성과 방만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이미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을 제청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하는 시행령 개정안은 시행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 지명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때 방송 탄압의 상징적 인물”이라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추천 몫인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도 “방송을 탄압했던 인물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하는 자리에 오겠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 망가진 방송 질서를 새로 잡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 후보자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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