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는 광역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몇 안 되는 인구소멸지역이다. 산업연구원이 개발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적용 결과 ‘소멸우려지역’으로 꼽힌 50곳 가운데 광역시의 구(區) 단위 지자체는 영도구·서구, 울산 동구뿐이었다.
그런 영도에 관광객이 몰려들며 지역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젊은 기업인들의 활성화 의지, 지역의 헤리티지를 살려 ‘MZ 감성’을 자극한 재개발, 문화 콘텐츠 유치라는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다.
피아크는 걸어서 2분 거리 ‘미창석유’ 정류장에 66번 버스 한 대만 서는 대중교통 불모지다. 그런데도 창 너머 부산항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려는 연인, ‘데이비드 호크니&브리티시 팝아트’ 전(展)을 관람하려는 미술 애호가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영도를 찾은 관광객은 162만 명이다. 6월 말 기준 영도구 인구(10만7000명)의 15.1배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리던 2020년 6월(129만 명)보다 25.6%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외지인의 소비 증가 폭은 부산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상반기 영도구 관광소비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어 해운대구(3.3%)보다 5.6배 높았다. 부산시 전체 평균(11.1%), 전국 평균(9.3%), 서울(10.8%)과 비교해도 폭이 훨씬 크다.
무너져가던 지역 경제는 2021년 무렵부터 지역 기업인과 청년 창업가들이 명소를 조성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삼진어묵이 태종로99번길 본사 근처에 지은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가 대표적이다.
삼진어묵은 2021년 본사와 봉래시장 사이 여섯 채의 방치된 빈집 등을 도시재생프로그램을 통해 탈바꿈시켰다. 삼진어묵, 송월타올, 머거본 등 지역 브랜드 가게와 지역 소상공인의 가드닝숍, 그로서리스토어 등이 입점했다. ‘힙’한 공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지역 브랜드 제품을 쇼핑하고 바로 옆 전통시장(봉래시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영도의 관광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관광공사 조사 결과 코로나 사태 전(2018년 기준)까지만 하더라도 태종대, 해양박물관, 영도대교 등이 주요 관광지였는데 지난해엔 피아크, 삼진어묵 기념관, 흰여울문화마을 등이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 피아크 옆 5940㎡ 규모 공장 부지에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 부산’이 들어선다. 류제학 피아크 대표는 “뜨는 관광지도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편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어느 관광지든 문화 콘텐츠가 풍부해야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 결과 부산의 상반기 외국인 관광지출액은 1874억원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 중 1위였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주인구를 크게 늘릴 수 없다면 관광객 소비로 나타나는 ‘방문자 경제’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며 “민간 주도로 관광지를 개발해도 교통 인프라 등은 관(官)이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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