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인 역대 대통령 가족들…"여긴 여야 없다"

입력 2023-07-30 18:09   수정 2023-07-31 00:51


“아버님이 쓰시던 영문 타자기를 보니, 살아 꿈틀대는 듯합니다. 외교 인프라가 부족하던 그 시절에 아버님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문서를 직접 작성하셨어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었죠.”

지난 29일 청와대 본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가 시아버지가 쓰던 영문 타자기 앞에서 이렇게 말하자 같은 자리에 있던 윤보선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대통령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건 한국 정치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다음달 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찾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 윤상구 동서코포레이션 대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표는 “아버지가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셨다”며 “여기 전시실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나라 발전의 집념, 국민 사랑과 통합의 대한민국만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스케치를 보고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는 멀고 어려웠는데, 반려견 스케치를 통해서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것 같다”고 했다.

노 이사장도 노 전 대통령의 퉁소 앞에서 “아버지가 멕시코 방문 때 ‘베사메무초’를 부르셨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이전에 음악 정상외교를 하셨다”고 말했다. 김현철 이사장은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의 조깅화를 보며 “새벽 조깅은 아버지에게 담대한 결심을 하게 하는 일종의 집무 의식(儀式)이었다”며 “금융실명제를 선포한 그날 새벽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이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청와대 만찬 기념사진을 보면서 “우리 역사에서 드문 사진”이라며 “아버지는 회고록에서 이 일에 대해 ‘국민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청와대에서 펼쳐졌던 리더십의 역사들을 상징적인 소품과 사진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은근하고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 우리 사회 일각에서 득세한 자학적인 역사관, 공과의 논쟁에만 치중하거나 약점 찾기 위주의 대통령 역사문화를 새롭고 건강하게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고 문체부가 전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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