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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썩는 플라스틱' 시장이 썩어갑니다

입력 2023-07-30 18:32   수정 2023-08-07 20:31


썩는 플라스틱(생분해 플라스틱) 원료 제조사인 안코바이오플라스틱은 월매출이 작년 말 9억원에서 현재 4억원가량으로 줄었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친환경 인증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뒤 마트와 편의점의 주문이 뚝 끊기면서다. 캐나다 미국 등에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를 수출하던 솔테크는 강원 원주에 설비 증설을 위해 70억원을 투자했지만 환경부 조치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보통 플라스틱과 달리 자연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친환경 비닐, 빨대, 포장지 등에 쓰인다. 정부는 2003년부터 생분해 플라스틱을 친환경 소재로 간주해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섰다. 퇴비화 시설에서 6개월 안에 90%가 분해되면 친환경 인증을 해줬다.

그런데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일회용 봉투 사용을 금지하면서 기존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봉투는 2024년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퇴비화해 썩힐 수 있는 퇴비화 설비가 국내에 없으므로 일반 쓰레기와 다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이라고 보고 환경표지인증(친환경 인증)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정부의 육성 정책을 믿고 투자를 늘리던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빠졌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기업은 225곳(누적 기준)이었지만, 올해 5월 말엔 166곳으로 급감했다. 약 1년 만에 관련 업체의 26%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한 것이다. LG화학, SKC 등 생분해 플라스틱에 투자한 대기업도 타격을 받았다.

업계 반발이 커지자 올 1월 환경부는 2025년부터 적용되는 새 친환경 인증 방안을 내놨다. 기존 ‘퇴비화’ 기준 대신 일반 토양에서 24개월 안에 90% 이상 분해되는 ‘토양 분해’ 기준을 충족하면 친환경 인증을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는 유명무실한 기준이란 반응이다. 한 생분해 플라스틱 업체 관계자는 “토양 분해 인증을 받으려고 해도 한국엔 인증 설비가 전무하다”며 “해외에 나가 인증을 받으려면 인증 기간만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존 퇴비화 기준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게 업계 요구다.

또 다른 관계자는 “24개월 안에 썩지 않더라도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비교하면 훨씬 빠르게 썩는다”며 “정부의 토양 분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일반 플라스틱과 동급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국은 생분해플라스틱 시장 육성에 나섰다. 박대수 의원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부터 일반 플라스틱 생산·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총생산량은 2020년 24만1000t에서 2022년 36만5000t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2025년 생분해 플라스틱 수요는 500만t 이상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도 인증 기준을 제품별로 다변화하고 생산 업체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한때 3000억원 규모로 커졌던 국내 시장은 고사 위기다.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지원 방안과 인정 조건 등에 대해 업계, 전문가, 산업부 등이 참여하는 포럼을 운영 중”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내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를 부른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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