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공포증 생겼다"…열화상 카메라로 보니 '이럴 줄은' [현장+]

입력 2023-07-31 20:00   수정 2023-08-01 09:33



"올해 유난히 덥네요. 날씨 때문에 밖을 나서는 게 두려워요"

올해 여름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주말 사이 온열 환자가 속출하는 등 날씨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무더운 날씨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31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을 열화상 카메라로 들여다본 결과, 건물과 나무 밑 그늘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이 붉게 표시됐다. 열화상 카메라는 온도가 높을수록 노랗고 붉은 강도가 세지며, 낮은 온도일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특징이 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됐으며, 낮 최고기온은 29~35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한때 35도 이상까지 치솟았다. 연일 이어진 무더운 날씨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외출 공포증이 생겼다", "폭염으로 우울감이 늘었다" 등의 반응이 나올 정도다.

지난주부터 양산을 들고 출근 중이라는 직장인 이모 씨(25)는 "외근이 잦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동할 때마다 숨쉬기 힘들 정도의 뜨거운 더위로 힘들어서 얼마 전 양산을 구매했다"며 "원래 더위에 약하지 않은 편인데도 요즘 날씨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무더위 속 선풍기는 무용지물이라는 시민들도 있었다. 출근할 때마다 간이용 선풍기를 챙겨 다닌다는 직장인 김모 씨(28)는 "날이 더워서인지 바람도 뜨거워서 선풍기도 소용이 없다"며 "시원한 사무실에 있다가 밖을 나서면 괜히 어지럽고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서대문구 중림동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 성모 씨(70)는 "올해 여름은 에어컨 비용을 아낀다고 선풍기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라며 "온열질환으로 숨진 노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이다"라고 혀를 찼다.

온열질환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열사병 등의 급성질환을 뜻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인원은 추정 포함 12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온열 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로, 지난 주말 이틀 새 경북에서만 노인 7명이 숨졌다. 또한 지난 26~29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2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야외활동은 되도록 하지 않고, 충분한 수분과 염분을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물수건, 얼음, 부채 등으로 몸을 식혀주는 것이 좋다. 어지러움이나 두통·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올해 유독 폭염이 심해진 것과 관련,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가장 큰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이라며 "올해 6월 시작된 엘리뇨 영향도 있는데, 최근 전 세계 평균기온이 최고를 찍고 있다. UN사무총장이 '지구 열대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낼 정도로 지구가 뜨겁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센터장은 최소한 내달 4~5일까지는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세계 평균 기온은 내년에 가장 많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심한 폭염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남부에서는 한 달여 간 이어진 폭염으로 사막 식물인 선인장까지 말라 죽었으며, 야생 곰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정집 수영장을 찾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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