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패키징 경쟁력 실종…한국 반도체, '반의반 쪽 강국' 전락

입력 2023-08-02 18:01   수정 2023-08-03 07:30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급팽창 중인 반도체 패키징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는 소식이다. 패키징을 포함하는 후공정 외주(OSAT)시장 ‘글로벌 톱10’에 한국 기업이 한 곳도 없을 정도다. 대만 기업이 1위 ASE 등 6곳이고, 나머지는 중국(3곳) 미국(1곳)이 채우고 있다. ‘톱10’ 점유율은 80%를 웃도는 반면 한국은 6%에 불과하다니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름이 낯 뜨거워진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경쟁의 주전장은 회로 집적도를 높이는 미세화 공정이었다.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가공하는 패키징 분야는 기술 난도가 낮은 공정으로 분류돼 홀대받아왔다. 하지만 3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고비로 미세화의 기술적 한계가 부각되고, 개발비용 대비 성능 개선 효과가 낮다는 평가도 대두되며 상황은 급변 중이다. 여러 반도체 칩을 쌓고 묶는 첨단패키징 기술을 통해 고성능 AI에 장착되는 하이엔드 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만 TSMC는 2016년 첨단패키징 기술 개발로 애플의 아이폰 반도체 칩을 독식하다시피 하며 판도를 일거에 뒤집었다.

시스템반도체 부진으로 ‘반쪽 강국’임이 드러난 터에 패키징마저 밀린다면 한국은 ‘반의반 쪽 반도체 강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두어 발 늦었지만 아직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희망은 있다. 파운드리(TSMC) 메모리(삼성전자) 시장 선두 기업 점유율이 50% 안팎인 데 비해 패키징 선두 기업 ASE의 점유율은 30% 정도에 그친다. 반전 계기도 마련됐다. 절치부심 끝에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첨단패키징 서비스 공급업체로 낙점받았다.

반격의 핵심은 정책적 지원을 통한 패키징 생태계의 신속한 조성이다. 변변한 장비업체조차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대만의 패키징시장 독식도 TSMC를 중심으로 한 민간의 노력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지한 결과다. 지원은 고사하고 첩첩 규제로 묶어 파운드리 시장 탈환의 발목을 잡은 실수를 이번만큼은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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