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로 장투하지 말라고?…반도체는 됩니다"[인터뷰+]

입력 2023-08-03 09:01   수정 2023-08-03 09:02

"레버리지로 장기투자는 어렵다고요? 반도체는 가능합니다."

국내 상장된 글로벌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큰 규모를 책임지는 김지연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사진)의 말이다. 흔히들 레버리지 ETF는 장기투자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락장뿐 아니라 횡보장에서도 손실이 커지는 구조여서다. 때문에 이런 주장은 업황에 대한 확신 없이는 내기 힘들다.

최근 서울 청진동 미래에셋운용 본사에서 만난 김 매니저의 표정에선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김 매니저는 ETF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올해로 입사 10년째를 맞은 김 매니저는 출근 첫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ETF 분야에만 전력해 온 전문가다.

그가 운용하는 간판 ETF로는 반도체 관련 미국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가 있다. 투자자들에겐 '필반나'라는 약칭이 더 친숙할 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순자산총액은 현재 1조6000억원을 웃돈다. 국내 설정된 750여개 ETF 중 자금 규모가 1조원 이상인 상품이 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과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올 들어 55% 넘게 올랐다. 이 ETF의 레버리지(기초지수 수익률 2배) 버전인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는 무려 132%가량 뛰었다. 이는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고 수익률이다.
필반 레버리지 ETF '상반기 최고 수익률'…숫자가 말해준다
미국 반도체 시장의 성과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이 시장을 대표하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SOX)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46.6%다. 미국 대형 기술주로 이뤄진 나스닥 100의 오름폭( 40.5%)보다도 더 크다. SOX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브로드컴, TSMC 등이 포함돼 있다.

챗GPT로 고조된 인공지능(AI) 시장의 수혜로 오른 게 컸다. 반도체 기업들 가운데에선 특히 엔비디아를 향한 주목도가 높았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0% 넘게 뛰었다. 이는 엔비디아가 주로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량의 빅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는 데 적합한 반도체로 꼽히기 때문이다. 글로벌 GPU 시장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향후 AI 수혜를 받아 GPU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기대감을 받았다. 특히 올 5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학습 수요가 몰리면서 GPU 주문량이 실제로 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자 기대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했던 구글 알파고의 초기 버전에서 알파고의 두뇌 역할을 한 GPU가 엔비디아 제품이었습니다. 이 때 알파고에 사용된 GPU 개수가 280개였는데, AI 돌풍을 일으켰던 챗GPT 초기 버전에는 엔비디아 GPU 1만여개가 사용됐다고 합니다. 기하급수적인 증가죠. 속도 문제 등 챗GPT 개선작업은 계속될 것이어서 GPU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실적시즌이다. 결국 한참 앞서간 주가를 실적이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 매니저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업황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연초 이후 크게 주목받고 있는 AI 산업발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감소로 인한 반도체 전체 업황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아직 미미하다"면서 "하반기 중으로 반도체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며 업황 분위기가 급반전할 것이란 게 국내외 시장의 중론이고,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 수요가 더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엔비디아 성장성 여전…불안하다면 덜 오른 관련주에 관심을"
단기간의 폭등으로 시장의 이목을 한 몸에 받는 기업. 한국에 에코프로가 있다면, 미국에선 엔비디아다. "이제는 '보유자의 영역'이 됐다"면서 신규 매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김 매니저는 "많이 오른 엔비디아 주가가 우려될 수밖에 없겠지만, 산업의 유망성에 집중하면 답이 쉬워진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성장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AI 시장뿐 아니라 로봇과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이들 차세대 산업의 발전을 위한 공통분모는 반도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에게 엔비디아는 기회이면서 발목이 잡히는 변수이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주를 담은 국내 다른 ETF들과 비교할 때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는 엔비디아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엔비디아와 ASML, TSMC, 삼성전자 등 네 종목에 80%를 몰아주고, 'Kodex 미국반도체MV'도 엔비디아와 TSMC 두 종목의 비중이 30%에 달한다. 이와 다르게 김 매니저는 여러 기업들을 고른 비중으로 가져가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섹터의 주가 상승은 챗GPT 수혜주로 급부상한 엔비디아가 견인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매니저는 "지금은 이런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서비스를 내놓는 가운데 추론용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비싼 가격과 높은 전력 소모로 주요 소비자인 빅테크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다른 기업들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특화 AI반도체 설계를 돕는 브로드컴과 마벨, 애플과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둔 TSMC,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 등을 추가 상승여력이 있는 기업들로 꼽았다.

또 장기투자자를 위한 투자상품을 묻는 질문에 김 매니저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기초지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추천한 것. 역시나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점치는 이들에겐 레버리지 상품을 권합니다. 레버리지로 장기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시장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다면 가장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지수는 1배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의 흐름을 산출 개시 시점인 1993년부터 그려보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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