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사파' 장악한 민노총…총선 전 창당설

입력 2023-08-04 18:05   수정 2023-08-05 02: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당 등 진보 계열 정당을 물밑에서 돕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당을 세워 진보 세력을 규합한다는 구상이다. 정치 세력화에 성공할 경우 조합원 120만 명에 달하는 민주노총의 정치적 입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보당 강성희 원내 입성이 계기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노총 내부에서 민주노총 중심의 정당을 새로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창당 움직임은 민주노총 최대 계파인 민주노동자전국회의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회의는 소위 ‘주사파’로 불리는 민족해방(NL·National Liberation) 계열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가 주류 세력이다. 내란선동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 세력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을 계기로 중앙 정치권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대신 진보당, 민중당 등 진보계열 정당을 물밑에서 지원하거나 대정부 시위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그러다 지난 4월 전북 전주시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회 지회장 출신인 강성희 의원이 진보당 소속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창당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설명이다. 진보당 역시 NL계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조합원이 120만 명으로 늘어난 데다 조직력이 강한 건설, 마트, 택배, 학교 비정규직 노조 등이 주류가 되고 있고, 같은 동부연합 세력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민주노총 중심의 정당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생겼다”고 말했다.
○노동계 “5~6석 당선 가능”
민주노총 창당은 진보 진영 내 세력 분화와도 관련이 깊다. 진보당과 달리 정의당은 이정미 대표를 비롯해 중앙파와 NL 온건파인 인천연합 등이 지도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종대·박원석 등 전직 정의당 의원은 지도부와 별개로 ‘대안신당 당원모임’을 꾸리며 제3지대 확장에 나섰다.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은 금태섭·양향자 신당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민주노총 사정을 잘 아는 한 노동계 인사는 “‘민주노총당’을 만들어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 세력을 규합하려는 것이 목표”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 5~6석 당선은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노총당이 출범하면 민주노총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민주노총 주도로 세워진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총 10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얻어 제3당이 되기도 했다.

실제 창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국회의를 제외한 민주노총 내 중앙파 등 다른 계파의 반대가 커서다. 민주노총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조합원 120만 명 중 진보 정당 지지자는 20% 안팎”이라며 “과격 집회로 국민 여론이 나쁜 민주노총이 당을 만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노동계 인사도 “민주노총 내부에서 창당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께 최종 노선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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