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억 쓰고 욕만 먹을 판"…잼버리 후원 기업들 '당혹'

입력 2023-08-05 14:04   수정 2023-08-05 19:24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치르는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실 운영으로 ‘재난 상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대회를 후원한 기업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형 이벤트에 힘입은 판매 증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행사 후원 등을 통해 신제품을 홍보하려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오히려 제공 과정에서 음식이 상하고 상품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기업 이미지에 타격만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아워홈, HBAF, 동아오츠카(포카리스웨트), 하림, CJ제일제당(비비고), 오뚜기, 매일유업 등 여러 식음료업체들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 논란으로 인해 비용을 들여 후원했음에도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 행사에서 편의점 운영을 맡은 GS리테일은 바가지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GS리테일은 지난 1일부터 총 면적 8.8㎢의 행사 현장에 150㎡ 규모 초대형 텐트를 6동 설치해 GS25 임시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다만 현장 인프라가 워낙 열악해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GS25는 생수와 탄산음료, 얼음 등 제품 가격을 시중보다 비싸게 판매했다. 잼버리 내 매장에서 식용 얼음과 코카콜라(500㎖) 가격은 각각 5000원과 2500원으로 일반 매장 대비 약 15%, 9% 비싼 수준이었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가지가 심하다’는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이 일었다. GS25 측은 특수 입지에 따른 물류 비용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일부 품목 가격을 일반 매장보다 올려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새만금 일대가 물건을 내리기 힘들 정도의 갯벌인 만큼 GS25는 굴착기 등 특수 장비를 동원하고 수억원에 달하는 냉동 컨테이너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GS25는 전날부터 잼버리 행사장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 가격을 시중 수준으로 내렸다. 부랴부랴 본사에서 임직원 50여명을 파견해 편의점 매장을 중심으로 그늘 텐트, 휴대전화 무료 충전, 냉방 설비 등을 추가 지원하고 있으며 생수 5만개 등 필수품도 제공하기로 했다.

식음료 공급 업체인 아워홈은 ‘곰팡이 달걀’ 사태로 홍역을 치뤘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아워홈 도시락에 들어간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2일 참가자들이 수령한 1만9000개 달걀 중 7개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해당 제품은 모두 회수된 상태로 식약처는 유통 또는 보관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곰팡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워홈은 잼버리가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인 만큼 현지 공급 업체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조직위 요청에 따라 기존 거래처가 아닌 현지 달걀 공급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공급업체를 다시 기존 거래처로 변경했다. 현재 구지은 부회장이 잼버리 야영장으로 내려가 상황을 점검 중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현지 잼버리 전용 물류센터에 마련된 상황실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식재 위생안전관리 강화 등 보완 대책을 강력히 지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잼버리 대회의 후원·협찬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흡한 준비와 운영에 대한 비판이 이를 도우려 나선 기업들에게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하림은 이번 잼버리에 '하림푸드로드'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사 닭고기와 라면, 즉석밥에 대한 외국인 참가자들의 반응을 홍보자료로 배포했는데, 괜한 눈총을 받았다. 탈진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잼버리 국제운영요원들이 자사 음식을 먹고 "K-치킨·라면 놀랍다"라는 반응을 한 것을 내비쳐 홍보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워홈은 관련 홍보를 일체 중단했다. 공식 후원사로 지난 4월부터 준비 과정 등을 꾸준히 알려 왔지만 정작 행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마케팅 행위를 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다른 참여 기업들도 마케팅 수준을 낮추거나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참여했지만 특수는커녕 괜한 오해만 불러일으키고 역풍만 맞을 수 있어 여론 추이를 살필 수 밖에 없다”며 “대회 운영 수준이 국제 문제로까지 비화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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