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데 이어, 주변국과의 전쟁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국가들은 대통령을 복귀시키라고 요구하며 군사 개입을 예고했다. 니제르 군부는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며 맞서며, 러시아 바그너그룹 등에 손을 내밀었다. 말리 등 주변 군사 정권은 니제르 지원에 나섰다. 니제르는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사이에 자리 잡은 내륙 국가로 국토 면적은 한국의 12배가 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최빈국이다.
나이지리아와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은 지상 병력 파견과 전투기 공습 등의 옵션을 놓고 논의하고 있고, 이에 맞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니제르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역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각각 집권하고 있다. 니제르 군부는 러시아 바그너그룹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달 26일 벌어진 니제르 군사 쿠데타의 후폭풍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군부는 부패와 치안 악화를 명분으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가족들을 억류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여섯 번째 쿠데타다. 아프리카연합(AU)과 ECOWAS는 즉각 쿠데타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바줌 대통령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ECOWAS는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니제르 군부에 1주일 안에 헌정을 복구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경고했다. ECOWAS는 니제르 군부 인사들에 대한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중앙은행 제재 등을 결의했고, 지난달말 예정됐던 니제르 국채 발행도 취소됐다. 나이지리아 전력 기업들은 니제르의 전기를 끊기도 했다. 니제르는 전력의 90%를 나이지리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을 단념시키기거나 제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ECOWAS는 2017년 감비아 등의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병력을 투입해 저지했으나 니제르에선 군사 개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이지리아는 자국 내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상대하느라 바쁘다. 중국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니제르에 대한 직접 투자액(2020년 말 기준)은 26억8000만달러 가량으로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최근 몇 년 사이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선 러시아의 입김이 세지면서 프랑스군이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양국에서 모두 철수하는 등 서방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니제르 측의 반감도 크다. 니제르 군부는 3일 프랑스와 맺은 5개의 군사협정을 모두 끊겠다고 선언했다. 니제르의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들고 길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미국 유럽이 나이지리아와 가나 세네갈 등 주변 민주국가와 손잡고 니제르 군사정권을 힘으로 누를 경우 곳곳에서 민병대가 창궐하는 골치 아픈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자지라 방송은 "니제르 안팎에선 ISIS, 알카에다 같은 무장 단체가 이 지역 혼란을 이용하지 않을까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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